For Work, For Growth!
우리는 디자인팀 주간회의 때, 업무과 직결된 [For Work]와 당장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For Growth]의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 회의를 진행한다. For Growth 파트에서 다루는 것들로는 시금부 작성, TIL 시트 작성 등이 있다.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암묵지의 작성법과 그를 통해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For Growth 파트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들은 프로젝트의 진척이 더딜 때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모호할 때 실마리가 되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트위터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보았다. (원문 출처가 기억나질 않는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일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할까요.
첫 번째는 주체성이고요. 두 번째는 전문성입니다. 주체성은 내가 하는 거고요. 전문성도 내가 하는 거예요. (중략)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하지 않고, 내 일을 찾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하지 않고, 내 일을 찾아 해야 합니다.' 주체성을 발휘해서 내 일을 할 때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험상 일이란 게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수도 없이 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만들고 잘 나가다가도 현타 한 번 씨게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휴가를 내거나 주말을 할애해서 휴식이라고 생각되는 여러 활동들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휴식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뭘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에너지의 충전?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를 건져내 줄 생각의 환기? 꼭 일을 통해 나를 증명해내지 않아도 이대로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로? 아마도 이 외에 다양한 이유를 해소하기 위해 휴식을 취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휴식을 원하는 이유는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함이다. 그게 꼭 숙련도나 능력치의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생각의 성숙도나 바르고 곧은 심지와 같은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렇게 성장을 거듭해서 내가 사랑하는 이 분야에서 쓸만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거겠지.
내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머릿속 빈 공간을 마련하고 회사 밖의 경험을 역량으로 만들기
호기심은 한마디로 일상에 대한 공부예요. 회사에서 업무 시간에 열심히 통계자료나 유료 리포트를 들여다보면서 공부하는 사람과, 평소 퇴근 후 보내는 자신의 일상에서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사람의 역량은 확연히 다릅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회사 밖에서의 시간까지 업무의 연장선으로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과 일이 아닌 것의 경계를 분명히 나눠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여가시간에 일의 힌트를 얻거나 일을 하며 여가시간에는 충족할 수 없었던 인정 욕구나 성취감 등을 얻을 수도 있다. 나는 꼭 샤워할 때 보완해야 할 부분과 개선방법들이 떠오른다.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날이 선 상태를 유지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일과 여가의 경계를 모호하게 허물었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이야』을 읽으며 회사 밖의 시간을 활용해 머릿속 빈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채우기 위해선 머릿속을 먼저 비워야 할 필요도 있다.
두 번째.
관성적으로 하고 있는 일(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프레임 밖으로 나오기
'소파는 왜 거실에 있어야 해'하면서 의문을 갖는 거죠. 소파를 빼고 식탁을 길게 놓고 가족이 무언가를 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소파는 그냥 누워버리기 쉬우니까요.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집에 있는 소파를 처리해버리고 싶었지만, 번번이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지금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거실에 소파보다는 작업을 하거나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하기 좋은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싶다. 거실은 우리 집에서 가장 맑은 공기와 채광을 선물하는 곳이며, 주전부리가 가득한 부엌으로의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소파에게 모두 내어주기에는 조금 아까운 공간이다. 더군다나 소파만 봤다 하면 냅다 드러눕는 나에게 소파란 생산적인 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에도 관성적으로 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데스크 리서치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책상에 앉아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제한적이고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임 밖으로 나오기 위해선 질문을 하면 된다. 관성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에 의문을 갖게 되는 순간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니터 바깥의 세상이 얼마나 큰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이토록 다양했는지에 대해 놀라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멀리서 찾지 않기
일을 잘하는 영감은 저 먼 곳의 파랑새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게 아닐까요. 옆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처럼요. -『이게 무슨 일이야』
항상 팀원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일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항상 많이 배운다. 그들의 행동력과 따뜻하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보며 때로는 부러움을 느끼고 때로는 좌절감도 느낀다. 디자인팀 회의에서 [For Growth] 파트를 진행하게 된 것도 그들과 함께 일 외적인 삶도 잘 꾸려나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어느 날 제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흥미롭고 신나는 일들은 퇴근 후 보너스 하루 중에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나에게 보너스 하루란 언제일까? 약 3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 보너스구나'하고 느끼는 것 같다. 3시간은 무언가를 하기에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다.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서 영화를 한 편 보기에도 적당한 시간이다. 그런데, 왜 재밌는 일은 보너스 하루에만 일어나는 걸까? 아마도 내가 일과 여가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정의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보너스 시간을 더 벌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일터에서의 시간일지라도 내가 만족할 만큼 성장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여가시간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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