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처의 첫 여성 장관이라는 기대 뒤에는 현 정권의 여성장관 임명 공약 이행용이라는 우려가 따라 붙는다. 초고속 통신망 전문가라는 스펙을 보면 지지부진한 5G 통신품질 향상에 대한 기대가 있다. 다만 현 정권의 레임덕 위기설에 임기말 시한부 장관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 또한 공존한다.
장관 후보자 지명 후, 첫 출근길인 월요일(19일) 아침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우체국으로 출근했다. 출근길에는 백팩에 지하철을 타고 왔으며, 평소 소박한 스타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듯 했다. 그는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짧은 인터뷰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 국산 백신 1호도 가능한 빨리 개발해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돕겠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가 이 시대의 화두이다. 과기정통부가 디지털 전환의 중심이 돼 한국형 뉴딜을 완성하는데 노력하겠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임명 3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로 내정돼 정부출연연구기관 행정공백에 대해 송구스럽다."
"앞으로 ICT 기술이 여성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제도적으로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겠다."
임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최근 NST 이사장을 맡았다. 특히 초고속 통신망 핵심기술 분야에 정통한 공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과기정통부 초대 장관인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학사‧석사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삼성 휴렛팩커드, 미국 벨 연구소, 미국 시스코 시스템즈 연구원을 거쳐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 겸 공과대학 학장직을 맡은 바 있다.
그의 출근길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의 부처 중점 정책 방향을 그려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를 보는 우려와 기대
첫번째,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바이오 분야는 임 후보자의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국가 정책 역량이 집중돼 있는 만큼 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과기정통부 후보자로서 당연히 강조해야 할 내용이었다. 그가 대통령 비서실장인 유영민 실장의 추천을 받았기에,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디지털 전환의 핵심 부처로 한국형 뉴딜 완성에 노력하겠다는 점은 우선 5G 통신기술 완성이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초고속 통신망 핵심기술 분야에 정통한 만큼, 상용화 2년이 되도록 지지부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디지털 뉴딜 역시 데이터 및 통신망을 기본으로 하기에 전문가라는 임 후보자의 장점은 십분 발휘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번째 'NST 행정공백'과 네번째 '여성 장관 임명 당위성'(ICT 기술이 여성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에 따른 부담감이다. 정치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우려감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이 두 부분은 연결해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내각의 30%를 여성 장관으로 채우겠다고 공약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시장 선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내려놓은 박영선 전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빠지면서, 30%를 못 채우고 있다. 임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18개 정부부처 중 여성 장관은 4명으로 22.22%가 된다.
과학계에서는 수개월 간 공석이었던 NST 이사장 자리에 임명된지 채 3개월이 안 돼 장관으로 지명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NST 이사장은 과학기술 25개 출연연을 관장하는 자리로 또 다시 공석 사태가 불가피해 졌다.
이에 대해 공공연구노조는 "과학기술계의 민심을 등졌다"라면서, "임혜숙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했으면 지난 1월에 그토록 무리해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과학기술계는 문재인 정부가 첫 여성 과기부 장관이라는 명분 때문에 인사 실패를 되풀이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임 후보자의 자질을 논하기에 앞서, 이와 같이 불합리한 인사에 대한 우려는 과기계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 간의 잡음이 예상된다.
현 정권이 최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선선거 참패한 데에 따른 레임덕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1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교수 출신 장관의 능력치를 얼마나 보여줄 지도 의문이다.
역대 관련 부처 장관의 경력을 보면 유영민 비서실장을 제외한 모든 장관이 교수 출신이다. 교수 및 기업인 출신이 국가의 미래산업을 주관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다른 유관 부처 및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 등 정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역시 교수 출신인 임 후보자가 1년여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