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이 3년 안에 국내 브라우저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치열한 경쟁 구도를 갖춘 브라우저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네이버 웨일의 목표는 실현 가능한 일일까.
PC의 기본 브라우저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서 구글의 크롬으로 대세 전환을 마쳤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크롬이 전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데스크탑 PC 외 모바일 환경(스마트폰)에서도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크롬이 IE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양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 웹표준화 기준인 W3C 표준을 기반으로 한 기능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영원할 거 같았던 독점 브라우저 MS의 IE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했고, 전세계 온라인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크롬이 IE가 놓친 자리를 빠르게 잠식했다.
물론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의 훌륭한 브라우저가 있고, MS의 엣지도 뒤늦게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메일과 다양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구글의 전폭적인 공세를 이기지는 못했다.
사용자들이 선택하는 좋은 브라우저의 덕목은 호환성이다. 더불어 속도까지 받쳐줘야 한다. 최근에는 데스크톱 PC 브라우저와 스마트폰의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한 콘텐츠 읽기 기능의 향상 및 공유하기 기능, 보안 기능 등 유용한 도구들이 기본 제공돼야 한다. 더불어 친숙한 사용자경험(UX)도 한 몫한다. IE에서 크롬 등 다른 브라우저로 갈아타기 시작한 초기에 가장 큰 장벽은, IE에 길들여져 있던 사용자들의 친숙함이었기도 하다.
앞서 나열한 브라우저 시장에는 이미 크롬이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쟁쟁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네이버 웨일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의 국내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대다. 비중으로 치면 크롬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국내' 시장에서는 자심감을 비춘다.
네이버는 27일 온라인 '네이버 밋업'에서 자사의 웨일 브라우저 서비스 방향성을 소개하면서, 사용자의 친숙함을 강조한 전략으로 3년 내 브라우저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 트래픽 분석사이트 스탯카운터가 조사한 지난 3월 기준 국내 PC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크롬 69.02%, 엣지 11.83%, 익스플로러(IE) 8.27%, 웨일 5.37% 순이었다. 그러나 이 순위와 무관하게 네이버는 웨일의 성장성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출시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최근 2년 동안에는 10배의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는 이날 밋업 행사에서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앞세운 '로컬 유저 퍼스트' 전략을 설명했다.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은 구글이 뚫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다. 브라우저 역시 한국인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를 웨일에서 제공하면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효 책임리더는 "웨일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와 환경에 최적화하는 것에 주력해왔다"면서,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눠 동시에 작업하는 ‘듀얼 탭’, 단어를 드래그하면 바로 뜻을 알려주는 ‘퀵서치’, 다양한 편의 도구를 한데 모은 ‘사이드바’ 등의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HWP 파일을 바로 볼 수 있는 ‘한글 뷰어’ 등의 기능으로 소비자들을 '적셔왔다'는 친숙함 전략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브라우저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것은 '플랫폼화'다. 브라우저 역시 훌륭한 웹 서비스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기업용 웨일 브라우저인 '웨일 스페이스'와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효 책임리더는 "브라우저는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가 있는 차량이나 로봇, 공장 등으로 브라우저 생태계를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폰, 즉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 환경에서 데스크톱 PC와 스마트폰의 호환성을 확보함으로써 구글에게 곁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 크롬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네이버 역시 다양한 PC-스마트폰 호환성 경쟁력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네이버 앱과 PC 웨일 간 페이지 이어보기 및 파일 보내기 기능이 대표적이다. 또 PC 웨일에서 검색한 업체 전화걸기 버튼을 누르면 휴대폰으로 번호를 전달하는 PC전화 같은 기능 등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PC 사용성 강화에 주력하고있다.
김 책임리더는 "자국 브라우저가 있다는 것은 곧 웹 생태계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이고, 이는 외국 브라우저의 기술이나 정책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에게 IT서비스 주권을 빼앗기지 않고, 더 나아가 검색이나 지도, 웨일과 같은 기능들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반의 웹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큰 그림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오래된 신념도 작용했다.
한편 네이버는 향후 웨일 기반의 웹 서비스 플랫폼을 패키징화 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