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경영 전략의 핵심은 탈통신이다. 통신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통신 이외의 미래 사업에서 새로운 가치와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통신사 역시 플랫폼 기반 기업으로 거듭나길 원하고, 콘텐츠를 강화해 포화된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한다.
통신사의 탈통신 전략은 그러나 탄탄한 통신 인프라 위에서 이루어 진다. 인터넷망이 잘 깔려(구축돼) 있고,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사후 품질 관리도 잘 돼야 한다는 것이다. 5G와 같은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 역시, 유선통신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한 유튜버가 자신이 사용하는 KT의 10기가(Gbps) 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 100메가(Mbps)였다고 주장했다. 월 8만원대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터무니 없는 속도 저하를 경험한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넘어 기만으로 볼 수 있는 행태다.
KT 측은 소프트웨어적인 실수(고객 정보 누락)였다고 인정했고, 고객센터에서 항의하는 소비자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사용자들도 속도 저하 경험이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KT 내부에서도 폐쇄형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KT) 윗분들이 통신 품질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탈통신 트랜드에 맞춰 조직이 재편되고, AI(인공지능)와 같은 신사업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 통신 품질과 같은 기본기를 챙기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2018년 출시된 KT의 야심작 10기가 인터넷...가입자는 고작 300명 수준
통신사의 허술한 품질관리와 고객 대응 서비스의 미흡 외에, 이번 뉴스에 숨겨진 핵심이 하나 더 있다. 바로 10기가 인터넷의 가입자 수다. 보도를 통해 밝혀진 KT의 10기가 인터넷 가입자가 고작 300여명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10기가 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해 들어간 투자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300이라는 숫자는 초라한 성적이다. 3년 약정 할인을 받아서 월 8만8000원의 요금인데, 단순 계산을 하면, KT가 10기가 인터넷을 제공하고 거둬들이는 수입이 월 2640만원, 연 3억1680만원 수준이다. 통신 대기업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비판하는 주장처럼 KT가 고의적으로 10기가 인터넷 속도를 줄일 이유는 없다. 이미 망 구축이 돼있고 300명 밖에 안되는 회선에 대해 속도를 줄여서 볼 이득도 크지 않다. 이번 사태는 KT의 말 그대로 해당 유튜버가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고객 식별 정보가 누락된 데에 따른 해프닝이다.
문제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와 소비자와의 신뢰 문제다. KT가 300명 밖에 안되는 10기가 고객에 대해서 이처럼 허술한 관리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돈 안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가려 했다는 것이다.
KT는 현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위 '탈통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AI, 콘텐츠 플랫폼 사업 등 각종 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가입자가 많고 근간 서비스인 이동통신(모바일)은 5G 이슈 등에 따라 그나마 관리가 됐지만, 10기가와 같은 돈 안되는 유선통신 서비스에 대해서는 관리 이슈가 터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규제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적극 대응해서 KT의 의도적인 잘못이 있었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사 전반에 대한 유선통신 서비스 등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