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아이폰 판매, 좋을까 나쁠까 이상할까

LG전자가 아이폰 판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곧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시 자사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 수 있는 휴대폰 제품이 사라지는 것이죠. 이 때문에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 즉 아이폰 판매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휴대폰 판매업자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수많은 휴대폰 대리점 업주들이 아이폰 판매 수량을 LG에 빼앗겨 중소 유통점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양 측의 입장은 모두 이해가 됩니다. 아직 LG전자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먼저 중소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것은 어제인 23일이었는데,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협회)가 동반성장위원회와 LG베스트샵 운영사(하이프라자)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21일이었습니다. 시간 흐름이나 경위를 추측해 볼 때, LG전자의 아이폰 판매 검토는 이미 상당한 진척이 되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회 측은 LG의 아이폰 판매 반대의 근거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들었습니다. 지난 2018년 체결된 협약으로 그 핵심 내용은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휴대폰만, LG전자는 LG전자의 휴대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가지고 협회는 LG전자가 협약을 이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지난 2018년 동반성장위원회 주관으로 대‧중소기업 간 ‘통신기기 판매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평우 삼성전자판매 대표, 조충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허재철 하이프라자 대표(사진=KT)

그러면 LG전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아이폰 판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것 외에 다른 입장이 있을까요. 비공식 입장이라는 전제로 LG전자 관계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LG베스트샵은 삼성디지털프라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소비자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LG의 휴대폰이 빠지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제품 수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LG가 아이폰을 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LG의 비공식 입장처럼, LG베스트샵에서는 그 성격에 맞게 소비자 가전을 구비해 놔야 합니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에 대한 예의이자, LG베스트샵(하이프라자)의 정당한 사업 방식입니다. 휴대폰 유통업계의 반발에 따라, 국내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 중국산이나 일본산 스마트폰을 가져다 팔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휴대폰 판매 자체를 포기할 경우, 전체적인 사업 손실과 중장기 판매전략에 차질이 생깁니다. 기존 LG 스마트폰 판매사원의 고용 유지 문제도 걸려 있죠.

LG베스트샵은 아이폰 판매를 계기로 가전 유통 업계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가능합니다. 국내 가전 양판점 시장은 1위가 롯데하이마트, 2위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 3위가 LG베스트샵입니다. 아이폰 판매 효과를 통해 LG의 가전 유통 매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LG베스트샵은 전국에 400여개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애플스토어 외에 아이폰 전문 판매 채널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 파트너가 휴대폰 제조사였던 LG전자 계열사라면, 애플이 힘을 밀어줄 수도 있죠.

애플스토어 'Apple 가로수길' 전경

이동통신유통협회의 경우도 아이폰 잠재 고객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이 58%, 애플 31%, LG전자가 10%입니다. (나머지 1% 정도는 중국, 일본 등의 제품) 물론 LG전자가 아이폰 판매를 시작해도 31%의 점유율이 전부 LG베스트샵쪽으로 흡수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LG전자 매장을 방문했다가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객 이탈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휴대폰 판매점이 포화상태로 판매 경쟁이 치열한 탓에 LG전자의 아이폰 판매가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휴대폰 매장

LG가 아이폰을 팔 경우 이를 우려하는 곳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죠. 삼성전자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과 애플은 LG전자가 빠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경쟁에 나섰죠. (애플이 세계 최초로 LG 중고폰 보상을 들고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죠). 그런데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LG전자가 툭 튀어나온 것입니다.

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애플-LG 연합군이 등장한 것 같은 모습이 전개되는 것 같다. 애플이 LG 휴대폰에 대한 중고보상책을 들고 나왔고, 이제 LG전자가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애플과 LG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판매망이 늘어나고 만약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AS까지 일정 부분 맡아 준다면 편리해 집니다. 어쩌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촉매체 역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의 가장 큰 문제는 AS를 포함한 사후관리였으니까요.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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