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이나 시작은 있다. 지금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LG전자 역시 1958년 부산시 부산진구 연지동 341번지에서 문을 연 ‘금성사’가 그 시작이었다. 따지고 보면 당시 금성사 역시 지금 기준으로 일종의 스타트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금성사의 역사는 오늘에 이르러 다시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스튜디오 341’로 이어지고 있다.
금성사가 처음 설립된 부산의 번지 수를 프로그램 명으로 삼아 상징성을 더한 ‘스튜디오 341’은 LG전자가 기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개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초기 선발 단계부터 LG전자 사내벤처 팀들의 시장 적합성을 검증하고,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 밀착 육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지난해 5월 말 시작된 프로그램은 6개월간의 과정과 내부 IR을 거쳐 스핀오프 자격을 갖춘 6팀을 배출했다. 이후 이 사내벤처팀에 소속된 멤버들은 12월부터 현업에서 분리돼 외부 별도 사무실에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스핀오프가 결정된 이들 팀에는 LG전자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공동으로 팀 당 최대 4억원의 창업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진행된 ‘스튜디오 341’ 데모데이는 최종 스핀오프 여부를 검증받은 이들 6개 팀이 그간 가능성을 확인한 사업 계획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마스킷, 모바일 발권 솔루션을 시작으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문화예술 통합 솔루션 될 것
이날 첫 발표는 줄 서지 않아도 되는 공연예술 모바일 발권 서비스 ‘큐리스’를 선보인 마스킷의 배호연 대표가 나섰다. 배 대표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회음악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LG전자 H&A 데이터 플랫폼 테스크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그가 주목한 공연 예술 분야의 페인포인트는 발권의 문제였다.
발표에 나선 배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줄을 서지 않는 영화관에 비해 여전히 줄을 서야 하는 공연 예술 분야의 문제를 예매, 발권, 검표 과정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업자로 인한 ‘데이터 분절’이라고 지목했다. 배 대표는 “문제는 사업자 간 데이터 제공이 여전히 종이 문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한 ‘큐리스’ 서비스의 특징을 설명했다.
“예매, 발권을 담당하는 사업자, 공연 기획사들 역시 관객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하면 관객 경험도 개선할 수 있고 티켓박스 운영도 효율화 할 수 있죠. 하지만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연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야 합니다. 영세한 공연 기획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스킷은 온라인 티켓 매니저라 할 수 있는 ‘큐리스’를 개발했습니다. 이제 기획사들은 복수의 예매 사업자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안전하게 큐리스로 업로드하고 모든 관객에게 모바일 티켓을 발권 할 수 있게 됩니다.”
큐리스가 적용되면 관객은 공연장 도착 전에 편하게 본인인증을 하고 공연장에서는 기다림 없이 OR코드를 통해 바로 입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이때 모든 개인 정보는 암호화돼 관리된다. 기획사로서는 현장 발권에 드는 비용까지 줄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어 배 대표는 “종이 티켓에 있던 관객 정보를 데이터로 옮겼다”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관객 데이터가 확보되면 기획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공연을 기획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실제 입장한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 마케팅이 가능하죠. 그 외에도 데이터 전송 이력을 통해 암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스킷은 이러한 큐리스 서비스의 MVP(최소기능제품) 테스트를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진행해 검증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확인한 데이터 비즈니스의 가능성은 이제 발권을 넘어 예매, 검색, 굿즈 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통합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
음식 포장 픽업 서비스로 시작해 커뮤니티 구축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큐컴퍼는 로컬 포장 주문 서비스 잇다(eatDa)를 선보였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배달앱의 서비스 중에서도 포장 픽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이재혁 큐컴버 대표는 “고객들이 배달앱을 통해 포장 픽업 주문을 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지만, 최근에는 배달앱에서 포장 픽업으로 주문 시 일반 방문 포장 픽업 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문제를 정의했다.
“결국 배달앱들은 배달을 해야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고객이 배달 주문을 하지 않고 포장 픽업을 택하면 손해를 보죠. 즉 배달앱들은 포장 픽업 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문제를 풀어보려 합니다.”
큐컴버가 잇다로 선보이는 방식은 매장 이용과 동일한 가격의 포장 픽업 주문 서비스와 함께 공동픽업 시 할인을 하는 ‘팀 구매’ 방식이다. 즉 점포와 가까운 거리에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픽업 서비스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같은 지역 내에 지인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단체 구매 방식으로 매장의 가격 할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고객 데이터는 다시 잇다를 마케팅 채널화해 매장 사업자들에게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큐컴버의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프로세스는 큐컴버가 지향하는 ‘로컬 커뮤니티’ 구축과 연결된다.
큐컴버는 ‘잇다’의 PoC(기술검증)을 대학가와 사무실이 많은 강남 등에서 진행해 유의미한 소비자 반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유저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로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발표 말미, 이 대표는 “큐컴버의 비전은 결국 연결”이라며 “포장 픽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로컬 기반의 연결을 만들어 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선식품 커머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하는 개별 냉각 콜드체인 솔루션, T.박스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송 분야다. 빠른 배송을 넘어 신선식품 배송까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콜드체인 등을 구축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노력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배송 수요가 늘어날수록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수요가 몰릴 시기에 정작 냉동/냉장 탑차가 모자라 제때 공급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선고 팀이 제시한 ‘개별 냉각 콜드체인 솔루션, T.박스’는 커져가는 이커머스 업계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처럼 다가왔다. 발표에 나선 이성훈 신선고 대표는 “유동적인 수요 대응이 불가능하고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정온 유지가 안되는 현재의 방식은 진정한 콜드체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말과 주중, 여름과 겨울 사이에 콜드체인 수요는 30% 가량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냉동/냉장 탑차를 이에 맞춰 늘이거나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 합니다. 더구나 콜드체인 배송은 일반 배송에 비해 30%가량 비싸죠. 탑차 내부 전체 공간을 냉각해야 하니 전기료와 유류비가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비용을 들였더라도 정온 유지가 안됩니다. 5분만 문을 열어 놔도 상온에 방치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선고가 선보인 ‘T.박스’는 PINN(물리인지 기반 인공신경망 기술)과 Ref Cycle 기술을 적용해 내부 온도 측정과 정온 유지, 냉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저온 상태에서 배송이 필수인 의약품 분야에 먼저 적용돼 온 기술로 이를 신선식품 배송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구현한 셈이다.
이 대표는 “T.박스를 활용하면 일반 탑차로 개별 배송이 가능해 수요 대응이 가능해지고, 기존 냉동/냉장 탑차보다 정온 유지가 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는 50% 이상 에너지가 저감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대상으로 ‘T. 박스’ 통한 시장 점유율 목표치와 유지·보수 프로세스, 비용 산출 과정과 수익 분석 결과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사업성을 자신했다.
한편 이날 노후 건물 개선을 위한 데이터 기반 진단 솔루션을 선보인 텅킷,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거래 매칭 플랫폼 ‘소재모아’를 선보인 파운드오브제, 히트맵 기반 골프장 잔디 관리 로봇 시스템을 선보인 ‘엑스업’ 등의 발표도 이목을 집중 시켰다.
텅킷의 김승근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유지관리비가 증가하는 노후 건물을 대상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무선 IoT 센서’ ‘데이터 분할 AI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내고 건물 개선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는 노드에만 센서를 부착 후 나머지 공간을 추정하는 기술로, 건물주나 운영사 입장에서 큰 비용 부담 없이 건물의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개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화에 가장 소외된 영역인 건물 유지 관리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초기 2년간은 노후 건물 디지털 전환과 개선에 집중 하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통해 건물 원격 운영으로 전환 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주희 파운드오브제 대표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제작 과정을 짚으며 영세하게 운영되는 재료사업자와 좋은 소재 원료를 찾는 화학회사를 연결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거래 매칭 플랫폼’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화학회사 입장에서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양과 품질의 편차가 심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료사업자의 부족한 화학회사 정보 문제, 화학회사의 한정된 재료사업자 정보의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 ‘소재모아’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파운드오브제가 구축한 플랫폼 ‘소재모아’는 산업 데이터와 제품 데이터,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재료사업자와 화학회사 간 최적의 거래를 연결한다. 이를 위해 파운드오브제는 소재를 검증해 디지털 거래가 가능한 제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재료사업자들의 샘플을 모아 소재 분석을 통해 4개의 레벨로 분류를 했다. 결과적으로 파운드오브제는 ‘소재모아’를 통해 재료 탐색과 소재 분석에 소요됐던 약 26일의 시간을 48시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어 이날 마지막 발표에 나선 이용수 엑스업 대표가 선보인 것은 이용자 동선 기반의 히트맵 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답압 지도와 인공지능 로봇을 연결해 연간 1조원이 소비되는 골프장 잔디 복구의 혁신을 추구하는 솔루션이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했듯 질병은 눈으로 확인될 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잔디 손상 역시 인위적인 요인에서 시작된다는 것에 집중했다”고 운을 뗐다.
“골프장의 1년 내장객은 약 5000만명입니다. 골프장 1개소당 약 22억개의 발자국이 만들어지죠. 이 플레이어들의 발자국, 즉 답압이 누적되면 잔디 건강이 최대 80%가 악화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또 임계치를 넘어설 때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 해지죠. 저희는 이용자 동선 기반 히트맵(답압지도)를 분석하고 잔디 수리 인력을 대체하는 코스 자동 수리 로봇 솔루션을 연결했습니다.”
엑스업은 이 솔루션과 로봇을 가지고 45개의 홀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며 각 골프장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MVP 테스트 등을 통해 연간 골프장 코스 관리비를 최대 12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며 “골프 산업 역시 로봇 산업으로 전환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 2%인 한국 시장을 넘어 50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에 혁신적인 골프 코스 관리 운영 솔루션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