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성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는 위급상황을 신고했음에도 경찰의 위치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피해자가 사망했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여성의 휴대전화가 ‘알뜰폰’이라는 사실이었다.
이후 알뜰폰의 위치추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로는 알뜰폰의 계약 주체가 이통사가 아닌 알뜰폰 업체라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인해 정보 공유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통신사 가입 시 약정 계약을 통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 대부분의 가입자는 해당 통신사 전용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다. 이때 휴대폰 단말기에는 각 통신사 전용의 위치추적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어 이용자가 긴급한 상황에 처 경찰, 소방당국 등에 신고할 경우 휴대폰 가입자 정보나 위치 정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기기 분실·고장 등으로 예전에 쓰던 폰이나 임시폰을 사용할 경우다. 이때 해당 휴대폰이 통신사 전용이 아니라면 위치추적 프로그램이 없어 호환이 되지 않고, 따라서 위치추적이 쉽지 않게 된다. 즉 위치추적이 어려운 상황은 비단 알뜰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통신시스템연구실 문희찬 교수팀은 LTE 신호만으로 긴급 구조 요청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이동통신 신호 기반 정밀위치측정기술(HELPS: Hyper Enhanced Local Positioning System) 개발 소식을 알려 주목받고 있다.
구조 요청자가 위치한 건물은 물론 몇 층, 몇 호인지도 알 수 있다
통신사 전용 휴대폰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지 않다. 긴급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 등은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기지국과 와이파이, GPS 신호로 위치를 추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확한 위치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112를 통한 위치추적은 3분의 1만이 성공하고 있다. 이유인 즉 기지국 방식은 위치값의 오차가 최대 2Km(도심 500m, 교외 2Km)가 되고, GPS 신호는 건물 내에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도 위급상황 시 기기와 연결이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선책이 신고자의 가입정보를 통해 주소지를 찾는 것이다. 알뜰폰 문제는 여기서 제기된다. 통신사 전용 휴대폰으로 신고 시에는 쉽게 가입정보 확인을 통해 주소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알뜰폰의 경우 업체가 심야 시간까지 상시 대기하고 있지 않아 이용자 가입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고, 직접 계약이 돼 있지 않은 통신사는 개인정보 관련 법으로 인해 사용자의 가입정보를 확인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문 교수팀이 개발한 HELPS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존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문 교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의외로 단순하다. 신고자가 휴대폰으로 경찰이나 소방서에 구조 요청을 하면 HELPS 기술로 이통사 기지국에서 해당 휴대폰으로 특정 신호를 발생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이 신호는 경찰과 소방관 등이 소지한 신호측정기를 통해 즉각적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통신사들이 협조를 해서 기지국의 소프트웨어 일부만 변경해 주면 바로 가능하다”며 구체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기지국에서 휴대폰에 LTE 신호를 발생시키면 신호측정기를 통해 바로 확인이 됩니다. LTE 신호를 이용한 것은 우리나라에 전국망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고, 2G~5G 등의 신호로도 시스템만 개발한다면 가능하죠. 신호를 발생하는 휴대폰에 가까이 갈수록 전파는 세지게 됩니다. 마치 ‘금속탐지기’와 같다고 할 수 있죠. 크게 어려운 기술이라기 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가능한 기술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기술이 적용될 시 LET 신호 만으로도 수평 위치는 오차 10m 이내 수직 위치는 오차 1.5m 이내로 파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기술로 구조 요청자 휴대폰이 위치한 건물 층은 물론 호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LTE 신호 조차 터지지 않은 통화불능 지역일 경우다. 휴대폰이 꺼져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 교수는 이러한 이동통신 신호를 활용한 정밀위치측정기술, 즉 HELPS에 대한 원천 특허를 이미 미국 특허청에서 등록결정 받았다. 현재는 발급만 앞둔 상황이다. 향후에는 2G를 비롯해 5G 신호가 적용되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G폰이 거의 사라졌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 넘어야 할 산은?
문 교수는 “범죄·사고와 관련한 위치추적 이슈는 20년이 넘었다”며 “전화 사용이 유선 전화에서 휴대전화로 옮겨갔던 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 교수는 이를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본 것이다. 그런 문 교수가 이 기술을 처음 착안하게 된 계기는 2018년 무렵이었다.
“사실 제 전공은 위치측정이 아닌 통신입니다(웃음). 처음 이 기술을 떠올리게 된 것은 도로공단의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였어요. 도로를 통과하는 차량 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차량이 이동하는데 얼마가 걸리는 지를 휴대폰 신호로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였죠. 당시 중간 발표 자리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 분이 ‘위치 추적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기술적으로 검토 후에 가능하다고 연락을 드렸고 그때부터 경찰청을 비롯해 KT 등과 협조해 연구를 진행했죠.”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단 경찰과 소방 측에 보급되는 휴대폰 신호측정기를 경량화하고 측정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가방 크기 만하던 측정기의 크기는 이제 휴대폰 크기 정도로 소형화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상용화에 필요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정책적으로도 여론 수렴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국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도 거쳐야 한다.
“우선은 1년 정도 안정화, 최적화 작업을 완료하고 특정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 등의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광역 서비스는 아마도 2~3년 내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제는 이 기술 적용이 가능하도록 통신사 기지국에 소프트웨어를 일부 변경하고 전국 경찰, 소방서에 신호측정기를 보급하는 것은 정책적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죠.”
이를 위해 문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기술 효용성을 알리고 정책적인 뒷받침의 필요성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런데 인터뷰 말미에 문득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만약 이 기술이 악용된다면?’ 다시 말해 불법사찰 등의 문제다. 사실상 나쁜 의도로 특정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제가 경찰청의 연구과제 등을 해보면서 느낀 바도 있지만, 긴급상황의 위치 추적은 법에 의해서 모든 기록이 다 저장되도록 돼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요청하면 다 제출해야 하고요.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인권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경우죠. 우리나라와 같이 인권이 확립된 국가에서는 지나친 우려라고 봅니다.”
한편 최근 정부에서는 알뜰폰 위치추적 이슈가 논란이 되자 이에 대응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실내긴급상황 구조 골든타임 확보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기지국,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신호를 활용해 ‘실내정밀측위 구축,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향후 문 교수팀의 HELPS 기술 검토가 이뤄질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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