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를 다시 탈환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약 16개월 만의 일이다. 이는 MS의 주력사업으로 부상한 애저(Azure)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성과다.
MS는 지난 3월 개최한 이그나이트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가상현실 플랫폼인 메쉬(Mesh) 발표한데 이어, 11월 2일(현지시간) 개최한 이그나이트 컨퍼런스에서 업무 협업 툴인 팀즈와 메쉬의 결합을 소개하며 중장기 전략 사업인 메타버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열거된 MS의 모든 서비스들은 애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저를 통해 팀즈, 메쉬 등의 서비스가 연동이 되고, 그 안에서 오피스 365를 비롯한 MS의 다양한 앱이 활용되는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특히 메쉬 플랫폼은 MS가 2019년 선보인 디바이스 ‘홀로렌즈2’와 연동 돼 현존하는 서비스 중 가장 최적화된 AR과 VR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서 MS가 지향하는 명확한 ‘메타버스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러한 MS의 메타버스와 관련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바로 오는 12월 14일 서울 양재역 엘타워에서 개최되는 ‘디지털마케팅 인사이트 2022’이다. 이 행사에서 MS를 대표해 발표자로 나서는 이가 이건복 MS IoT & MR 아시아지역 기술 총괄 팀장(이하 이건복 팀장)이다. 그는 오래도록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업무에 천착해 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메타버스’라는 주제로 발표를 앞둔 이건복 팀장을 테크42가 먼저 만났다. 이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MS 메타버스의 지향점과 놀라운 기술 수준, 그리고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MS의 시각 등을 소개한다.
사실 MS는 ‘메타버스’가 올해 최대의 메가 트렌드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디지털 트윈’ 개념을 바탕으로 한 기술 개발과 기업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왔다. 현실과 동떨어진 메타버스가 아닌 현실에 기반하며 현실의 개선과 혁신을 위한 ‘MS의 메타버스’가 디지털 트윈인 것이다.
그러한 MS의 디지털 트윈 생태계 구축은 거슬러 봤을 때 이건복 팀장이 MS에서 담당하는 분야, 즉 사물인터넷(IoT)의 확장과도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단순히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개념을 넘어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적 관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 팀장은 이미 2년 전 한국MS본사에서 열린 사물인터넷 간담회에서 클라우드, AI, 사물인터넷, 엣지가 연결된 디지털 트윈의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사물인터넷의 흐름은 2~3년 전부터 단순히 사물 간 연결을 넘어 디지털 트윈으로 확장됐어요. 사물인터넷을 포함한 최첨단 컴퓨팅 기술의 복합체로 구성된 생태계를 고민하며 기존과 다른 아키텍처(architecture)로 접근해야 했고, 그렇게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올해 저희가 가장 주력했던 것 역시 디지털 트윈이었고요. 공교롭게도 디지털 트윈을 얘기하다 보니 그 콘셉트가 메타버스랑 연결이 되더군요.”
즉 MS가 진행하는 각각의 기술들의 총합이 메타버스로 구현되는 셈이다. 실제 MS는 업무와 협업 툴로서 활용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불리는 메쉬와 업무 협업 툴인 팀즈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오피스 프로그램과 같이 일반 대중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접점은 아직까지 넓지 않다. 이는 MS의 플랫폼 서비스가 기업 고객을 시작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언급하며 이 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의 관련성을 먼저 설명했다. MS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유도하며 자사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MS가 대·내외적으로 언급하는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직원, 고객, 제품, 운영으로 구성된 4가지 핵심 영역이 서로 디지털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장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음으로써 직원 역량 강화, 고객 접점 확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반의 제품 혁신, 인사이트에 기반한 운영 최적화 등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개별 기업, 더구나 디지털·IT분야와 거리가 있는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팀장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MS의 목적”이라며 애저 클라우드 기반의 메타버스를 설명했다.
“지금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시대가 아니예요. 이미 저희가 4~5년 전부터 말씀드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은 기업이 자신들의 본질에 집중하는 거였어요. 그 업을 디지털화 하는 것은 클라우드라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고요. MS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시 클라우드가 시작 포인트였어요. 저희가 서비스하고 있는 팀즈, 메시 등은 모두 100%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MS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 모두 동일하게 클라우드가 적용돼 있죠. MS의 서비스 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시스템도 클라우드에 올라가면 효율이나 연동성이 월등히 개선될 수 있어요. 그 기반에서 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메타버스 구축이 가능해 지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 이유로 언급되는 것이 ‘보안’과 관련된 우려다. 이에 이 팀장은 “자체 인프라를 운영할 때보다 클라우드를 사용했을 때가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데이터로 입증이 됐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비용면에서나 안정성, 가용성 측면에서 클라우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되고 있습니다. 해커 입장에서도 MS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것보다 개별 기업이 보안 시스템을 노리는 것이 훨씬 수월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보안 정책으로 외부 연결을 차단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저희에게는 과제라고 할 수 있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어도 올 하반기는 ‘메타버스’가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는 메가 트렌드가 됐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는가 하면 게임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NFT와 메타버스를 연계한 신사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를 두고 이 팀장은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메타버스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닐 스티븐슨이 최초로 언급했던 메타버스의 의미를 넘어 엄청나게 확장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MS가 규정하는 메타버스는 명확해요. 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을 통한 시뮬레이션과 예측으로 기업의 효율성이 늘어나는, 현실과 동일한 환경을 디지털 공간에 구축하는 거죠. 그리고 그 거대한 가상의 공간에서 메시, 팀즈, 오피스 365, 홀로렌즈 등이 서비스되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MS의 기본적인 가치가 바뀐 것은 없어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죠. 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와 아바타를 만들고, 누군가는 저희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 거예요. 과거 팀 버너스 리가 인터넷을 만들었지만, 메신저 앱이나 페이스북을 예견하지는 못했어요. 현 상황도 그런 맥락이라고 봐요. 다만 이렇듯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이것이 연결되기 시작한다면 비로소 엄청난 메타버스 임팩트가 발생할 겁니다.”
이는 거꾸로 표현하자면 향후 메타버스가 만들어 낼 변화가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듯하지만 돌이켜 보면 순간순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기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MS가 올해 3월 메쉬 플랫폼과 함께 선보인 소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속에서 구현되는 메쉬는 홀로렌즈2와 연동 돼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업무 공유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팀장은 “홀로렌즈2와 같은 VR 장비와 함께 활용되는 케이스는 이미 너무나 많다”며 “영상 속에서 제시되는 기술 수준은 이미 99%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기업용으로 서비스되는 터라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일부 산업계에서는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죠. 물론 해외 적용 사례는 더 많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장은 무분별하게 장미 빛 미래처럼 제시되는 메타버스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화 된 세상’과 같이 흥미 위주로 언급되는 것은 피로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아닌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그 관심은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즉 메타버스의 첫 번째 단계는 현실과 접점을 잘 만드는 데 있어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 봐야 합니다. 컴퓨터 분야에서도 오래 전 최초로 마우스와 윈도우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전산직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쓸모 없다고 했어요. 키보드와 그린 모니터의 텍스트로도 필요한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했죠. 새로운 것을 적용하고 시도해 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변화도 없었을 거예요. 메타버스 역시 지금 나오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그것이 새로운 시도로 이어진다면 더 의미 있는 형태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의 말은 우리나라의 사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MS의 입장에서 한국은 I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으며 창의적이고 새로운 서비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앞서 언급된 클라우드 도입 비율이다.
“한국은 최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죠. MS는 그런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인지하고 AI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라면 클라우드에 대한 적용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거예요. 아시아 지역 평균보다 낮은 상황이죠. 그러다 보니 사물 인터넷과 같이 엄청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술 적용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그렇게 데이터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경우 또 문제가 되는 것이 AI에요. AI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유입되는 데이터를 소화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것이 제한될 경우 사실상 적용에 한계가 생기거든요. AI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디지털 트윈도 불가능해지고, 메타버스 역시도 화려한 빈 공간만 만들어질 뿐이죠. 메타버스를 비롯해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되는 기술은 대부분 클라우드에서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 배경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소셜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