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뜨거워진 컴퓨터를 식히는 데 찬물이나 에어컨 대신 뜨거운 물을 쓴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1위 아마존을 바싹 뒤쫓는 2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존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데이터센터 냉각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일단 초기 시험결과 성공했다는 게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된 MS 공식 블로그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시험 대상 데이터센터는 MS 직원들이 주고받는 이메일 등 통신시스템 지원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美 북서부 콜로라도 강 근처에서 초기 시험 성공
MS의 시험장소는 미국 서북부 콜롬비아강 동쪽 제방 근처에 있는 자사 데이터 센터 서버다. 꽉 들어찬 강철 저장 탱크 안에서 액체를 끓게 만들고 여기에 서버를 담가 냉각(?)시킨다고 한다.
기존 데이터센터 냉각 상식과는 전혀 딴판이다.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켜 냉각시켜 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냉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냉각수가 있는 곳, 차가운 북극 지방 근처, 그리고 심지어 해저에 설치하는 방식까지도 모색중이다. 실제 클라우드센터 기업들은 노르웨이 피오르드 아래 동굴(2011), 북극권(2017)에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엔 해저에서 데이터 센터 냉각방식을 시험중인 사실도 알려졌다.
그런데 그 MS가 기상천외하게도 이번에 뜨거운 액체를 사용하는 2단계 액체 담금 냉각 시스템(two-phase liquid immersion cooling system)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데이터 서버를 끓는 액체에 담그다니?
알고 보면 이 기괴한 액체 냉각은 컴퓨터 과열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데이터 센터 서버들은 실제로 소파 모양의 통속 액체에 담긴다. 신기한 것은 이 액체가 컴퓨터 서버 프로세서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 이상한 액체는 혁신기업으로 유명한 3M이 낮은 온도에서 끓도록 특별히 고안한 혼합물이다. 끓는점(비등점·沸騰點)이 50°C에 불과해 거품이 없어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액체가 서버 발생열로 끓으면서 증발할 때 발생하는 증기가 탱크 뚜껑에 있는 냉각된 콘덴서에 부딪히고 아래로 빗물처럼 흘러내려 폐쇄 루프가 만들어진다. 즉 사람의 개입 없이 프로세스를 직접 제어하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액체는 절연체여서 끓는 물속에서도 전자제품 작동을 멈추지 않도록 한다.
냉각 코일은 탱크를 통과해 증기를 응축시킨다. 이 코일에 들어있는 액체는 항상 주변 공기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증발열로 공기로 냉각하기 위해 물을 뿌려줄 필요가 없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각 구성 요소들의 고장률을 줄이고 오버 클럭시에도 과열 위험이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MS는 이 실험 내용이 보다 확실해지면 서버에 칩을 더 빽빽이 주입해 데이터 저지연 및 성능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다.
MS는 이 시험 방식을 몇 개월 동안 더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모든 것이 초기 시험처럼 잘 이뤄진다면 더많은 데이터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MS는 왜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섰나?
MS가 기존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2단계 액체 냉각 데이터 센터 구축에 고민하게 된 것은 무어의 법칙 진행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동일한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컴퓨팅 업계는 성능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칩 아키텍처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세서들은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수록 칩이 뜨거워져 오동작 방지를 위해 더많이 냉각시켜 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크리스티안 비레이디 MS데이터센터 부사장은 “액체에서의 열 전달은 공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액체 냉각을 통해 데이터 센터 수준에서 무어의 법칙 추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 화폐 채굴자로부터 배우다
MS를 포함한 몇몇 기술 회사들은 서버를 식히기 위해 금속판 파이프를 통해 액체를 흘려보내는 콜드 플레이트(cold plate)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컴퓨팅 장비용 액체 침수 냉각을 개척한 것은 암호화 화폐 업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먼저 암호화폐 거래를 기록하는 칩을 식히는 데 이를 활용했던 것이다.
MS는 이 액체 냉각방식을 조사한 결과 서버 전력 소비량을 5~15% 줄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데이터 센터 IT 시스템 제조업체이자 디자이너인 위윈(Wiwynn)과 협력해 2단계 액체 냉각 솔루션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첫 솔루션 시험 장소는 컬럼비아강 동쪽 퀸시(Quincy)에 있는 MS데이터 센터였다. 앞서 언급했듯 액체 냉각 탱크에는 서버가 액체에 완전히 담겨져도 정상 작동되는 3M의 특별한 액체가 채워졌다.
마커스 폰토우라 MS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의 수석 설계자는 “이 시스템을 인공지능(AI)과 연결하면 데이터센터 전반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클라우드 리소스를 관리하는 SW가 데이터 센터 컴퓨팅 수요 급증분을 액체 냉각 탱크 서버에 할당할 경우 과전력(overclocking)에서도 과열 위험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데이터 센터···물 사용않고, 값싸고, 폐기물 없고 입지 선정에도 유리
폰토우라는 “우리는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액체 냉각 방식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 데이터 센터 입지 선정에도 유리하다.
액체 냉각형 탱크 서버가 예상대로 고장률을 낮춘다면 MS는 지금까지는 서비스하기 어려웠던 원격지에 냉각 탱크를 배치할 수 있다. 이 액체냉각 탱크에 서버를 촘촘히 패키징하면 유지 보수 작업 횟수를 줄일 수도 있고, 최적화된 서버 아키텍처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버 냉각용 탱크를 도시 한가운데 있는 5G 셀룰러 통신 타워 아래에 자율주행차용으로 배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늘 멋진 결실을 가져왔다. MS의 이 혁신 노력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