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데이팅 앱 ‘인기’

1997년 개봉된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은 PC통신을 통해 아픈 과거를 치유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사이버 로맨스 영화다. 서울에서만 67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한국 영화 돌풍을 만들어낸 영화 중 하나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PC 통신을 통해 만나고, 주로 이 안에서 대화한다.

지금은 채팅 앱 등으로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 너무나 흔하지만 당시엔 다소 낯선 소재였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남이 꺼려지고 있는 상황에 MZ세대들은 다시 24년 전 PC 통신 시절의 영화 <접속>과 같은 사이버 만남을 즐긴다. 데이팅 앱을 통해서 말이다.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

어느 시대나 남녀간의 만남은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왔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소개팅이나 즉석 만남 등은 할 수 없지만 데이팅 앱을 통해서 사이버 만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데이팅 앱 다운로드 수는 5억6000만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계 소비자들이 데이팅 앱을 통해 쓴 비용은 무려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15% 늘어났다. 한국 역시 데이팅 앱을 통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앱애니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은 지난해 데이팅 앱에 약 830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랜선 연애라는 새로운 만남의 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데이팅 앱으로는 미국 앱으로 틴더가 있고, 중국은 탄탄, 그리고 국내 앱으로는 위피와 글램, 아만다가 있다.

이 같은 데이팅 앱에 1980년부터 2004년까지 태어난 MZ세대가 열광하는 것은 MZ세대의 특징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대체로 부담스러운 관계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은 물론 연애도 귀찮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심지어 소개팅조차 부담스럽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미디어를 주로 이용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관계를 형성해주는 데이팅 앱이 성행하는 이유다.

 

틴더를 통해 알아본 MZ세대의 이용 행태

글로벌 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Tinder)가 코로나19로 인한 틴더 사용자들의 이용 행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프리 데브(Papri Dev) 틴더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도들이 틴더 멤버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틴더 멤버들이 틴더 앱 내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량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메시지가 오갔던 날은 4월 5일로 거리두기가 시작됐던 3월 초 대비 평균 52%의 증가율을 보였다. 틴더 한국 멤버들은 4월 19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치인 52% 대비 다소 낮은 38%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메시지량 증가 추세를 따르고 있다. 한국이 속한 아태지역의 다른 국가에서는 대만 27%, 베트남 36%, 인도 32%, 인도네시아 29%, 일본 48%, 태국 37%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전 세계에서는 스페인이 가장 높은 증가율(76%)을 나타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대면 만남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틴더 멤버 사이에서도 가상 공간에서의 ‘랜선 데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틴더 멤버의 프로필상에서 닌텐도의 유명 게임 ‘동물의 숲’ 언급이 급증, 특히 거리두기 초기에는 5배에 달하는 증가량을 보였다. 특히 Z세대가 자신의 프로필에서 동물의 숲을 언급하는 경우는 밀레니얼 세대 대비 2배였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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