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국제우주정거장 2030년 폐기...타임라인 발표

미국 주도로 러시아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그램 가동 기간이 당초 2024년에서 오는 2030년까지로 연장됐다. (사진=나사,위키피디아)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오는 2030년까지 가동키로 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최종 폐기 일정과 과정을 지난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ISS는 2031년 1월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타며 잔해는 ‘우주선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섬 ‘니모 포인트(Point Nemo) 부근에 떨어져 수장된다. 이를 계기로 ISS 폐기 연장 결정 과정, 이에 따른 ISS 이후를 대비한 미국정부의 민간 우주정거장 지원, ISS가 최후를 맞게 될 지점과 과정 등을 시간표와 함께 살펴봤다. 나사의 업데이트된 최신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으로 예정됐던 ISS 가동 수명을 2030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한 지 불과 한달 만에 나왔다.

논란속에 건설됐지만 화성 우주건설 발사기지 역할 청신호

ISS는 많은 비용을 잡아먹긴 했지만 국가간 협력 및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우주실험 연구소 역할을 했다. (사진=나사)

1980년대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될 우주정거장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된 이후 이 프로젝트는 거센 반대, 임무의 급격한 변화, 미국이 우주 정거장 운영에 얼마나 오래 관여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심지어 이 우주 연구소가 얼마나 오래 존재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으로 점철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의 우주정거장에 대한 생각은 아폴로 11호 달 착륙을 성공시킨 로켓 선구자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의 마음속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우주정거장이 화성과 그 너머로 가는 유인우주선이 조립되고 발사될 수 있는 기지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우주왕복선이 ISS에 보급품을 날랐고 이는 화성우주선 건설에 필요한 보급품 운송계획에 청신호를 켠 것으로 여겨진다. (구소련은 1971년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호를, 미국은 1973년 스카이랩을 쏘아 올렸다.)

이어 일본과 유럽우주국(ESA)은 ISS에 자신들의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나사와 제휴했고, 1993년 러시아도 현재의 ISS 건설을 위해 협력키로 서명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미국과 구소련 붕괴 이후 세워진 러시아 간 연대를 위한 조인이자 러시아의 우주 공학자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외국에 팔아먹기보다 자국에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ISS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ISS는 언제 버려질까, 2016년, 2020년, 또는 2025년에 버려질까, 마지막 5년간 미국의 참여 없이 2030년까지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러시아가 자체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모듈을 회수할 것인가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ISS 프로그램에 미국이 계속 참여토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제 나사는 ISS의 남은 수명기한 8년 간 어떻게 이 정거장을 유지시키다가 안전하게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개요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ISS에 들어간 엄청난 비용

ISS 가동 기간 연장은 미국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구축과 맞물리며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로의 연착륙 전환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 미국 우주기업 나노랙스가 제시한 우주정거장 테스트베드. (사진=나노랙스)

그 전에 ISS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대한 가동 연한을 느려서 비용대비 사용 효용을 높이고 민간 우주정거장이 생기면 안정적으로 이전되도록 연착륙 바톤을 넘기자는 것이 이번 ISS 사용 연장 결정의 배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ISS는 지금까지 건설된 단일 구조물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총 비용은 1500억 달러(약 180조원)다. 여기에는 1985~2015년 나사의 ISS 예산 587억 달러(2021년 기준 897억 달러(약 107조 5000억원)), 러시아 12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유럽 50억 달러(약 6조 원), 일본 50억 달러, 캐나다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우주 왕복선 36회 비행 비용(각각 14억 달러, 총 504억 달러(약 60조 4000억원)이 포함된다. 스위스 CERN 입자가속기 연구소 구축 비용이 475억달러(약 57조 원)이라니 ISS에 들어간 비용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2~6명의 승무원, 줄잡아 2만 명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때 하루 평균 750만 달러(약 9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73년 처음 쏘아올린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의 승무원 인당 하루 1,960만 달러(인플레이션 전 550만 달러(약 66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30년까지 ISS 운영 연장에 따른 세부 활동 내역에는 실험, 이니셔티브, 예산 항목, 그리고 모든 인류를 돕는 것과 관련된 일반적인 목록 외에도, 이미 진행 중인 여러 단계들을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사는 ISS가 열과 중력에 의한 응력이 피해를 주고 있고, 정거장이 2020년대 말이 지나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ISS 성능을 완전히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가 설치되고 있으며 이 우주 구조물이 구조적으로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공학적 평가 작업 등을 계속하게 된다.

나사는 ISS 프로그램에 참여한 15개국 멤버들이 “ISS의 장기적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 민간주도 우주정거장 시대 개척 지원

ISS는 오는 2031년 초 태평양 니모포인트로 떨어지게 된다. (사진=나사, 위키피디아)

이 계획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ISS가 순수하게 정부가 주도해 운영하던 우주정거장에서 멀어지며, 점점 더 많은 민간 우주기업들이 참여하는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미국 기업들이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토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사는 이의 일환으로 민간 우주 산업계의 지식, 기술, 그리고 지구 저궤도에서의 작업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땅에서 우주정거장까지 실험이나 승무원들을 수송하는 것 이외의 다른 임무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민간 우주 기업들은 테스트와 평가차원에서 ISS 핵심인 모듈이 분리되기 전에 민간이 제작한 모듈을 설치하게 된다.

나사는 2030년까지 우주 비행사들을 ISS로 보내거나 나사를 위한 서비스를 수행토록 하기 위해 민간 우주 비행사들을 고용할 것이다.

결국 미국의 비전은 지구 저궤도를 나사는 물론 다른 고객들을 위해 일하게 될 미국 민간 기업들의 영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나사는 달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구 궤도에 미국립 우주연구소를 두게 될 것이다.

의회제출 보고서는 “나사는 오는 2030년대 초까지 기본적 미세중력 연구, 응용 생물 의학 연구, 진행 중인 탐사 기술 개발 및 인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나사연간 최소 2명(아마도 그 이상)의 승무원을 지구저궤도 목적지에 탑승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사는 상업용 저궤도 우주정거장 운영으로 전환함으로써 오는 2033년까지 연간 약 17억 5000만 달러(약 2조10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우주비행사를 지구 궤도를 넘어 달까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화성으로 최초의 인간을 보내는 보다 야심찬 임무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필 매컬리스터 나사 상업 우주국장은 “민간 부문은 나사의 지원으로 지구 저궤도 상업 목적지를 기술적, 재정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말로 우주기업 지원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배운 교훈과 운영 경험을 민간 부문과 공유해 이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비용 효율적인 우주 여행지를 개발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의회에 전달한 보고서에는 2030년 ISS 은퇴 후 상업적 목적지로의 원활한 전환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종합 계획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나사는 “ISS 파괴후 지구 저궤도에서 연구, 훈련, 관광, 미디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민간 우주기업 우주정거장의 많은 고객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사, 2025년 적어도 하나의 민간 우주정거장 선정할 듯

나사는 ISS 가동중단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적어도 하나의 민간 우주정거장을 선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프 베조스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정거장 컨셉 설계도.(사진=블루오리진)

나사는 지난해 12월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 나노랙스, 노스롭 그루먼이 이끄는 세 개의 상업 팀에 총 4억 1560만 달러(약 4984억원)를 지급해 지구 저궤도에 적합한 상업용 우주 정거장 컨셉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또 다른 회사인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미 ISS를 위한 상업 모듈을 만들고 있는데, 이는 결국 독립 우주 정거장의 발판이 되리란 것을 의미한다.

나사는 오는 2025년 미래 임무를 위한 우주 비행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어도 하나의 상업용 우주 정거장 프로젝트를 선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SS 모듈들 중 일부는 이같은 전환 과정 중 다른 궤도 전초기지의 일부로 분리될 수도 있다.

2031 ISS 추락시 미·러 협력···우주선들의 무덤’인 남태평양 니모 포인트에 수장

ISS의 2031년 1월 ISS 지구 진입 시간표. (사진=나사)

나사 보고서는 2020년대 후반 ISS의 나머지 모듈 궤도를 점차적으로 낮춰 가면서 2030년에 클라이맥스를 이루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오는 2026년부터 ISS의 고도가 점차 낮아지지만 정상 가동을 계속하게 된다.

나사의 현재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6월부터 11월까지 수개월 간에 걸쳐 ISS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탈궤도)을 늦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보급선 3척이 ISS에 도킹해 추진기 엔진을 가동하게 된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의 시그너스 화물선을 포함한 다른 우주선도 한몫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궤도 운영 초기 몇 달 동안은 우주 승무원이 ISS에 탑승할 예정이지만 마지막 승무원이 떠난 후 2030년 말까지는 원격제어로 지구궤도를 돌게 된다.

오는 2030년 말 IS는가 지구위의 궤도회귀 불가지점인 280km 고도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 엔진이 연소된 후 ISS는 통제된 대기권 재진입 과정을 거치면서 남태평양 해양 비거주 지구(SPOUA) 상공에서 불타게 되며, 그곳에서 타지 않은 우주 정거장의 모든 잔해가 바다로 떨어지게 된다.

지상관제사들은 오는 2031년 초 ISS의 추락을 제어해 이 우주구조물의 잔해가 남태평양 SPOUA의 니모 포인트로 알려진 ‘우주선의 묘지’에 추락하도록 한다.

니모 포인트는 뉴질랜드와 칠레 해안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가까운 육지에서 1670마일 (약 2687km)떨어진 지점이다. 러시아의 미르 우주정거장을 포함한 수백 척의 사라진 우주선이 이전에도 태평양의 이 고립된 지역에 버려졌다.

정확한 ISS의 지구대기권 진입 및 추락 시간표는 지구의 대기를 확장하고 항력을 증가시켜 줄 태양 활동에 따르게 된다.

아래는 나사가 2030년까지 ISS 임무의 공식적인 연장을 소개한 동영상이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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