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진행된 카카오모빌리티의 ‘NEXT MOBILITY: NEMO 2023(이하 NEMO 2023)’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5년 ‘카카오 T’ 출시 이후, 이동 서비스의 디지털전환(DX)을 통해 정보 비대칭으로 분절돼 있던 모빌리티 시장을 혁신 산업으로 진화시켜 온 과정이 소개 됐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이뤄 온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AI 기반 기술 고도화에 이어, AI 대전환시대를 맞아 ‘AI 기반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핵심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로배정(Routing)∙운송관리시스템(TMS) 등의 모빌리티 엔진부터 자율주행∙로봇∙디지털트윈 등의 모빌리티 AI 기술들을 플랫폼과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4년 상반기까지 ‘모빌리티에 특화된 생성형 AI 엔진’을 구축하고 신규 엔진을 활용해 현재 운영 중인 AI 기반의 각 서비스들을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계획은 글로벌 모빌리티 및 물류∙배송 AI 플러그인 구현과 맞닿아 있다.
이날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의 환영사로 시작된 NEMO 2023은 이후 유승일 CTO가 개회사와 더불어 ‘AI로 움직이는 이동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후 올리버 레츠버그 구글 AI 및 데이터 제품 담당 부사장의 ‘AI 전환 시대의 진화와 혁신’,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CEO의 ‘개인화된 모빌리티와 생성형 AI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토론이 이어졌다.
이후 세션은 ‘LIFE’ ‘TECH’ ‘FUTURE’로 나뉘어 진행이 됐다. 그중 ‘TECH’ 세션에서는 카카모오빌리티에서 택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나윤서 매니저, 모빌리티 체계 기술을 담당하는 서정훈 박사 등이 나와 AI로 달라지는 카카오 T 픽업 경험과 차선단위 내비게이션 기술을 설명하며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 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진행하고 있는 ‘실내 내비 서비스’ ‘HD Map 자동화’ ‘정밀지도’ ‘내비 API/SDK’와 관련된 발표가 실무 담당자들에 의해 진행됐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픽업 경험 ‘승객·기사의 마음’으로 개선했다
카카오오빌리티가 2015년 카카오T 택시 서비스를 통해 기존 업계의 페인포인트를 혁신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택시는 잡는 것이 아닌 호출하는 것’이라는 개념의 전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혁신 뒤에도 여전히 새로운 불편함을 존재했다. 이를테면, 택시를 호출했을 때 이용자와 택시 기사 간 픽업 위치가 맞지 않아 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화 통화 등으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이 경우 종종 이용자의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며 헤매던 택시로부터 부득이하게 “호출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날 ‘TECH’ 세션의 첫 발표에 나선 나 매니저는 이를 “과거와는 달라진 위치 정보의 부정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길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기 때문에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곧 출발이자 탑승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모바일로 미리 호출이 가능해진 지금은 호출 시점의 승객 위치와 출발 위치, 탑승 위치 이 세 가지가 각각 다른 장소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건물이 밀집 돼 있는 경우나 지하에서 출발하는 경우 디바이스가 인공지능으로부터 받아오는 GPS 정보의 정확성은 더 떨어지죠.”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이와 같은 택시 픽업 경험의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꾸준한 공을 들여왔다. 나 매니저는 이를 “서비스의 본질인 이동의 순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픽업 문제 개선을 통해 얻게되는 효용감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픽업이 개선되면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인 정체가 줄어들게 되고 불필요한 운행 거리도 줄며 탄소 배출 역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카카오 T 택시가 택시 호출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측면, 즉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목표인 거죠.”
이와 같은 목표 아래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픽업 문제 제로를 목표로 프로덕트 개선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을 물론 공간 분석과 호출 빈도, 특정 카테고리에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반으로 탑승 위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위치정보 등을 비교해 최종적인 추천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다. 나 매니저는 이 때 활용되는 정보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내부에서 활용 중인 건물의 안내 좌표와 건물 출입구 정보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실제 도로 환경에서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펜스와 같은 탑승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세 번째로는 다양한 도형 네트워크 정보가 가지고 있는 차선 정보, 택시 진입 가능 여부, 진입 방면 등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비교하게 되죠. 앞서 선정됐던 1차 추천 위치에 이러한 위치 정보들을 교차 선정하는 작업까지 시행하면 최종적으로 추천 위치가 산정되게 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렇게 설정된 추천 위치를 이용자와 기사에게 각각 안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용자의 경우 건물 내부에서도 밖으로 잘 찾아갈 수 있게, 또 지도 상으로도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추천 위치를 출발지로 자동 세팅해 헤매지 않고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탑승 위치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위치는 기사에게 전달 돼 기사가 보는 내비게이션에서도 고객의 출발층과 도착층까지 구분하는가 하면, 진입 방향을 정확하게 안내하는 등 경로 안내의 정확도를 높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결과적으로 40m 이내로 출발 위치와 탑승위치를 좁혔고 그런 호출량은 약 12%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나 매니저에 따르면 이러한 택시 픽업 기능의 성능은 AI의 역할이 늘어날수록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발표 말미, 나 매니저는 “카카오 택시는 앞으로도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온오프라인 정보를 연결해 더 편리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AI를 통한 픽업 문제 제로의 의지를 재차 밝혔다.
“지금까지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AI의 역할이 늘어난다면 픽업 경험은 더욱 개선될 수 있습니다. AI로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고정적인 위치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적합한 위치를 변화시켜가며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기존 카카오 T 택시에 누적돼 있는 정보가 결합되면 시간, 장소, 이용 패턴 등을 세분화해 분할할 수 있게 되고 더 정교하고 개인화된 AI 추천이 가능해집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차선 단위 내비게이션, ‘도로 진출입 사고’ 획기적으로 예방할 것
고속도로 혹은 서울 도심의 내부순환도로나 강변도로 등 자동차 전용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들의 경우 목적지로 향하는 진·출입로를 놓치고 지나가기 일쑤다. 내비게이션에서 수킬로미터 전부터 진·출입 안내를 하고 있지만, 3~4차선이 넘는 상황에서 1차로로 주행하고 있을 경우, 초보 운전자에게 그 거리는 여유롭게 차선 변경을 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이다. 이는 초행길인 경우 운전 경력이 오래된 운전자라고 해도 간혹 하는 실수다. 과거에 비해 도로 체계가 복잡해지는 탓도 있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운전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내비게이션의 페인포인트를 ‘차선단위 기술’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날 ‘새로운 길 안내 : 인공지능을 이용한 차선 단위 내비게이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체계 기술 담당자인 서정훈 박사는 이제까지 정확한 길 안내가 어려웠던 이유를 먼저 언급했다.
“보시는 것은 대전 중구에 위치한 오거리 입니다. 도로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굉장히 복잡한 도로죠. 보통 이런 경우 내비게이션 서비스들은 이 그림처럼 교차로 이미지를 통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 지역이 생소한 운전자들은 종종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거나 잘못된 길로 진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도로일수록 정확한 길 안내가 매우 중요하죠.”
이어 서 박사는 고속도로 진출로에서 뒤늦게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가 추돌 사고가 나는 영상, 교차로에서 직진 주행 차량이 좌회전 차로로 진입해 사고가 발생하는 영상을 차례로 제시하며 현재 내비게이션 길 안내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대다수 내비게이션은 표준지도를 사용하는데 이는 정확한 길 안내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며 20m 단위 격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도로를 하나의 링크로 표현하는 방식 탓인데, 이로 인해 차로에서 주행하는 차량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부정확한 위치정보죠. 현 위치를 도로 링크상에 일치시키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위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 내비게이션 정보를 3차원으로 표시한 AR 내비게이션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이어 서 박사는 그 해법으로 ‘차선단위 내비게이션 기술’을 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영감을 받은 것은 목적지 별 색깔을 달리해 주행 방향을 표시한 노면의 유도선이었다. 서 박사는 “차선 단위 경로가 주어지면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멀티 센서 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도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러한 기술은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주행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GPS 기반의 위치 추정 방식 대신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통해 정확한 위치 추정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값비싼 3차원 센서인 라이다나 카메라와 같은 장비가 필요합니다. 또 GPU기반의 강력한 컴퓨터 리소스가 필요하죠. 이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프로세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레서 저희는 스마트폰 기반의 멀티 센서 융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GPS, 다양한 센서를 활용, 최적의 측위 알고리즘을 개발해 시스템에 적용한 거죠. 특히 카메라의 경우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도록 거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카메라를 와이파이로 연동해 수집된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의 프로세싱 부단을 줄이고 베터리 사용량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차선단위 길 안내를 위해 HD Map가 적용되는 것 역시 특징이다. HD Map는 도로를 하나의 링크가 아닌 차선단위로 구분해 더 상세한 도로 지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 박사에 따르면 이는 10cm 수준의 정확성을 보이고 있다. 서 박사는 “그 외에도 AI를 적용해 개선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말을 이어갔다.
“정확한 지도가 있다고 해도 위치 파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해야 해당 지도 상에서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도로 정보를 추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딥러닝 기반의 도로 인식 모델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발표 말미, 서 박사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며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향후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들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에서 더 복잡한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해 AI 기능을 해선해야 합니다. 그 외에 정밀 지도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필요하죠.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용자들이 이와 같은 기술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최우선으로 처리해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