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NFT' '로봇' '친환경', 미래 IT·가전 트렌드 가늠자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 박람회인 CES 2022가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진행 중이다. 이 행사는 과거 가전 제품 박람회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첨단 IT 기술이 적용된 전자제품과 기술의 미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자리로 발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행사 참가업체들의 메시지와 기술들을 보면 NFT(대체불가토큰), 로봇,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 트렌드를 어디에 조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주요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IT트렌드를 이끄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위주로 내용을 살펴본다.

NFT

NFT는 2021년 글로벌 유명 사전업체가 꼽은 '올해의 단어'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가능케 하는 NFT에 전세계 TV 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응했다. 자사의 스마트TV에 NFT 기반 디지털 예술품 거래 플랫폼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 맞춰 최근 발표한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네오 QLED, 더 프레임 등 TV 신제품에 NFT 플랫폼을 탑재했다. 원리는 이렇다. 자사 TV에 탑재돼 인터넷을 통해 게임 및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허브'에 NFT 거래 기능을 심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화질 TV가 디지털 액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TV를 통해 디지털 예술품을 검색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직관적인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외부 NFT 거래소와 연결해 NFT 예술 작품을 가져와서 TV에 보여준다.

TV를 통해 NFT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는 CES 2022의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TV에서 그치지 않고 NFT 사업을 스마트 냉장고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라이프스타일 가전제품과 인테리어 기능을 결합하는 추세에서 NFT 예술품이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하고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에 착안한 전략이다.

백색가전의 선두주자 LG전자도 NFT 도입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 보다 한발 늦었지만, NFT 플랫폼을 LG전자 TV에 적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5일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은 CES 2022 간담회에서 자사 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가전의 인테리어 기능을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왔다. 또 올레드TV를 선도하는 회사로서 자사 TV가 디지털 예술품에 최적화돼 있다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디지털 예술 플랫폼 기업 블랙도브와 함께 초대형 가정용 사이니지 LG 다이렉트뷰(DV)LED 익스트림 홈 시네마에 NFT 작품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트 컬렉션을 추가한 바 있다. 이어서 같은해 12월에 NFT 기반 예술품 전시회인 더 게이트웨이에 LG 시그니처 올레드R을 이용해 NFT 작품을 선보이는 등 NFT사업을 준비해 왔다.

이외에도 전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NFT와 관련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유명인' 패리스 힐튼 또한 CES 2022에서 특별 연사로 나와 NFT에 대해 강연한다. 힐튼은 최근 암호화폐와 NFT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디지털 인증서를 발급하는 스위스 오리진 재단을 후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봇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 CES 2022에 로봇개와 함께 무대에 섰다. 그는 현대차 그룹의 미래 전략을 설명하는 강연에서 자동차 보다는 로봇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으며, 로봇 기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 어린 시절에 상상만 했던 자유롭게 이동하는 로봇을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궁극적으로 제한 없는 사물모빌리티(MoT)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큰 그림을 로봇이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 발표 전, 정 회장은 같이 무대에 등장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개인 스팟과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기업이 로봇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빌리티와 로보틱스가 서로 보완해 양쪽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휴대폰처럼 사람들이 스팟(로봇)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미래에 로봇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단언했다.

삼성전자가 CES 2022에서 공개하는 '삼성 봇 아이'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또한 로봇 산업을 적극 알리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AI와 사물인터넷(IoT), 5G 기술이 접목된 인터랙션 로봇인 ‘삼성 봇 아이’와 가사 보조 로봇 ‘삼성봇 핸디’를 선보인다. LG전자도 LG 클로이 가이드봇, LG 클로이 서브봇,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등 5G와 AI를 접목한 로봇 제품을 공개한다.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5G 통신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융합체인 로봇 산업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클라우드 기반 로봇사옥을 구축하는 등 실생활에 접목을 앞두고 있다. 해외 기업들 역시 로보틱스가 가전, 자동차 산업 외에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미래 핵심 산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친환경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등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CES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CES 2022 기조연설에 나선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과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자 업계와 고객사, 소비자 모두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데 동참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 동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QLED, 갤럭시버즈2, 패밀리 허브와 같은 인기 제품에도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 왔다.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은 올해 전년 대비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과 가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제품 포장 단계에서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한다. 포장 박스를 생활 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는 TV 뿐만 아니라 청소기, 비스포크 큐커, 공기청정기 등 가전 제품으로 확대한다. 또한 2025년까지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과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전력을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공개됐다.

SK그룹의 CES 2022 공동부스. 친환경을 강조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SK)

SK그룹의 경우, 탄소 감축 의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CES 2022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SK텔레콤, SK㈜,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등 6개사가 이번 CES에 참여했다. SK그룹 차원의 전시회 주제는 넷제로(Net-Zero) 이행을 향한 '여정'과 '동행'을 가리키는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다.

SKT는 그린 애비뉴에서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데이터를 저전력 고효율로 처리해 기존 GPU 대비 데이터 처리 용량이 약 1.5배이며, 전력 소모를 약 80% 절약할 수 있다.

SK㈜는 SK E&S와 함께 1조8천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파트너인 미국 플러그파워의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등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부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 생애 주기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리고 SK E&S는 수소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SK하이닉스는 '친환경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노력'을 주제로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기술을 전시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축소모형 형식으로 구성한 '넷제로 시티'(Net Zero City)를 소개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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