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여전히 '핫'하긴 합니다만

충분히 핫하지만 그 인기만큼 위험요소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예술.문화 콘텐츠의 NFT : 영화 <특송>의 NFT

주식회사 블로코XYZ의 NFT 거래 플랫폼 'CCCV'에서 MBC <무한도전>의 '무야호' 인터넷 밈(meme)이 약 9백여만 원에 팔린 적이 있다. 레전드 '짤'로 유명세를 탔던 것이긴 하지만 무려 2010년에 방영되었던 '고전'에 가깝고 고작 8초 분량에 불과하다. 2022년 1월 12일 개봉한 박소담 주연의 <특송>도 영화 개봉과 함께 NFT를 활용한 굵직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배급사인 NEW에서 영화 <특송>을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로 만들어낸 NFT를 오픈 씨(OpenSea)에서 선판매했는데 무려 1천 개나 되는 NFT를 단 1초 만에 품절시키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 오픈 씨는 전 세계 NFT를 한 곳에 모아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세계 최대의 NFT 마켓 플레이스다.
※ 제너러티브 아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무작위 생성되는 디지털 아트의 한 형태로 '코딩 아트'라 부르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무야호'와 영화 <특송>의 제너러티브 아트는 사실 성격 자체가 다르다. 생각해보면 <특송>의 NFT는 어디에 전시해도 어색하지 않을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서 예술적 가치를 가득 담았다. 누군가는 <특송>의 NFT가 성황리에 팔린 것을 두고 "NFT에 충분히 대중성을 부여할 수 있을법한 신호탄"이라고도 했단다. 후술 하겠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을 지닌 NFT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영화 <특송>을 제너러티브 아트로 구현한 NFT  출처 : Treasures Club

영화 <특송>의 NFT는 배급사 NEW가 NFT 아트 전문 프로젝트인 '트레져스 클럽(Treasuresclub.xyz)'과 손을 잡고 생산한 것이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제너러티브 아트이지만 모두 같은 팝아트처럼 보인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모두 동일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생산된 NFT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3천 개가 동일한 것 하나 없이 모두 다르다고 봐야 한다. 당연하지만 각각 희소성이 있어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 트레져스 클럽 사이트에도 나와있어 알 수 있듯, 전체 3천여 개의 NFT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수작업까지 하면서 각각 희귀도를 조정했다고 한다. 배경, 코스튬, 아이템, 자동차 등 조금씩 다듬어낸 것이다. 아래는 그 희귀도를 퍼센트(%)로 환산하여 기록한 표이다. 
트레져스 클럽이 게재한 <특송> NFT의 희귀도표.  출처 : treasuresclub.xyz

2017년 라바랩스(Larva Labs)에서 만들어낸 이더리움 기반의 대표적 NFT 프로젝트 '크립토펑크(CryptoPunks)'도 앞서 언급했던 제너러티브 아트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된다. 예술적 가치가 부여된 NFT의 초기 사례이면서 (과하게 말해) 나름 역사가 깊은 축(?)에 속해 소더비 같은 경매에도 올라온다고 한다. 글로벌 카드 브랜드인 비자(VISA)도 크립토펑크를 일부 구매하기도 했다. 글로벌 브랜드가 이를 구매하면서 크립토펑크의 가치를 또 한 번 올려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참고로 NFT는 대체로 이더리움으로 거래되지만 이번 <특송>의 NFT는 카카오의 암호화폐 '클레이튼(Klaytn)'으로 거래되었다. 거래방식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크립토펑크의 제너러티브 아트.  출처 : CryptoPunks

지난해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함께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NFT다. 지금 서점에만 가도 수많은 NFT 서적들이 널려있을 정도다. 영화사에서는 왜 NFT를 발행한 것일까? 트렌드가 되기도 하고 영화 마케팅의 새로운 방법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다. 거기까진 이해한다. 그렇다면 오픈 씨에서는 왜 그렇게 초고속으로 팔린 것일까? 그것도 수천 개나 말이다. 어느 미디어에서 다룬 기사를 보니 'NEW가 NFT를 생산한 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한 산업적 측면과 영화라는 콘텐츠의 융합으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IP(지적재산권)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이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지만 메타버스부터 NFT까지 수익화하려는 방식 나아가 콘텐츠 마케팅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본다면 매우 트렌디 한 셈이다. 쉽게 말해, '시의적절'하다. 배우들이 나와 인터뷰를 하고 영화 이야기 대신 게임을 한다거나 하는 진부한 방식을 넘어서는 셈이니 어찌 '핫'하지 않은가. 다만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은 꾸준하게 이어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를 향한 마케팅 시도와 투자는 일정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사 영화는 배우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배우들의 얼굴에는 초상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상업적 용도의 NFT를 무턱대고 양산했다가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특송> NFT의 경우는 알다시피 죄다 뒷모습인지라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초상권 문제를 피하기 위한 독특하면서 어쩌면 당연한 방향으로 제작된 듯싶다. 아래 디즈니 캐릭터의 NFT는 초상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이야기한다.  <스타워즈>의 C3PO를 형상화한 황금빛 NFT.   출처 : medium.com

디즈니의 NFT, 골든 모멘트

디즈니의 경우 자신들이 보유한 IP로 수도 없이 NFT를 양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디즈니 역시 골든 모멘트(Golden Moment)라는 타이틀로 NFT 트렌드를 이어갔다. 본래 가졌던 컬러풀한 색감은 모두 지워내고 매우 고급스러운 황금빛으로 캐릭터들을 채워냈다. 더구나 빛나는 오스카 트로피처럼 하나의 디즈니 트로피처럼 보여 소유욕을 일으킨다. 위에서 초상권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만 저작권자나 제작자 사이의 IP 계약 등을 잘 따져볼 필요도 있다. 그만큼 라이선스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과거의 계약상 NFT에 관한 별도의 조항이 없었을 테니 이제는 이 문제도 언급이 필요할 것 같다. 

디즈니의 NFT 컬렉션, 골든 모멘트.  출처 : medium.com

이 모든 NFT는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어 각각 희소성이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더라도 손에 쥘 수 없고 진열도 할 수 없는 무형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금액으로 팔린다.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나 한 것일까? 아날로그 시대를 가득 채웠던 유형의 것은 디지털 시대이자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면서 트렌드조차 바꾸어 놓았다. 미술품의 분할 소유라던가 메타버스나 NFT를 향한 투자의 개념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유행이라는 것 자체가 MZ세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NFT의 가치 역시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렌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NFT 자체에 거품이 가득일 수도 있다. 그만큼 NFT 시장 자체가 과열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메가트렌드, 하지만 : 드라마 <지리산> 그리고 나얼의 NFT

어쨌든 NFT는 메타버스라는 무형의 개념 하지만 무한한 세계라는 메가 트렌드로 성장 중이다. 어쩌면 암호화폐 시장처럼 꾸준하게 광풍을 이어갈 수도 있다. 가장 앞에서 언급한 CCCV의 경우를 가만히 살펴보면 별것도 아닌 그림들이 마켓에 올라오는 경우들이 있다. 사실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만큼 플랫폼도 널려있다. 내가 A4 용지에 대충 그린 그림도 NFT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다만 NFT를 어떠한 이유에서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겠다. 그렇다면 그 NFT의 몸값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그 가치를 환산하는 기준과 결과 값은 죄다 다르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tvN의 <지리산>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이응복 PD, 김은희 작가 조합으로 완성한 드라마다. 거기에 <킹덤>의 히로인 전지현, 세자 주지훈이 등장하며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과도하고 지나친 PPL과 어설픈 CG들, 기대보다 실망이 가득했던 플롯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업비트에서는 <지리산> IP를 활용한 NFT가 제작되었으나 모두 최저가를 기록했다. 전지현이 연기했던 서이강, 주지훈이 연기했던 강현조를 담은 캐릭터들이 고작 2만 원도 되지 않은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무야호'라던가 <복면가왕>의 신봉선 짤이 300만 원에 팔린 것들을 감안하면 정말 낮은 가격이다. tvN 드라마 <지리산> NFT.  출처 : 업비트

마지막으로 아티스트 나얼의 NFT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얼의 앨범을 보면 대다수 본인이 직접 그린 작품들을 커버로 활용하곤 한다. 흑인 소울이 가득 담겨있으며 그 안에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나얼이 직접 디자인한 커버아트워크로 재구성한 리미티드 에디션 NFT다. 바이닐(LP)이 45RPM으로 회전하는 영상에 나얼 솔로 음반 1집 "Principle of My Soul" 중 '여전히 난'이라는 곡 일부를 아카펠라로 담아낸 디지털 컬렉터블스다. 이 NFT는 지난 8일부터 9일 오전까지 판매했음에도 하루 매출만 1억 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나얼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고 나얼이 손수 그린 작품을 디지털로 구현하였으며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점과 더불어 '리미티드'로 제작한 것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또 다른 방법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MZ세대들의 소유 문화이자 그 트렌드가 조금이라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NFT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경우에 따라 아주 높은 금액이 책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면서도 거품이니 광풍이니 팔려나간 금액에 대한 관심만큼 논란 역시 거세다. 과연 이러한 NFT의 가치는 적합한가? 그저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취향을 타고났다고 봐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그 인기에 대한 위험요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오픈 씨, https://opensea.io/

- 트레져스 클럽의 <특송> NFT : treasuresclub.xyz/TreasuresCine_Genesis_Block

- 크립토펑크, larvalabs.com/cryptopunks

- <Disney Golden Moments — Walt Disney & Mickey Mouse>(2021.11.11), medium.com

- <Here’s the Problem With NFTs>(2021.12.16), howtogeek.com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pen잡은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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