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트렌드-라이트에서는 OTT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축구 중계권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 드렸었죠. 해당 뉴스레터를 쓰면서 사실 다양한 데이터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스포츠 중계, 그중에서도 축구 중계일까 그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OTT를 여러 개 이용하는 이용자 중 한 명으로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급 효과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결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스포츠 중계 탐낼 만합니다. 파괴력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파급 효과 약했습니다. 제가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된 과정을 그럼 지금부터 천천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데이터로 파 해쳐 볼 대상은 OTT의 축구 중계권 확보 경쟁 배경입니다.
1. 돌연변이 쿠팡, 정체된 OTT 시장에서도 나 홀로 성장 중입니다.
쿠팡, 참으로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진저리 나는 이름입니다. 예전에 VC 한 분을 우연히 만나 뵌 적이 있는데, 쿠팡이 참 얄밉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너무 잘해서, 빈 틈이 없고 그래서 본인이 투자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입니다. 쿠팡은 본업인 커머스에서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무려 74% 신장했습니다. 라이벌 네이버가 겨우(?) 40% 성장하였고, 다른 주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배달 앱 쿠팡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민이 처음으로 요기요와 합친다고 발표했을 때 이유로, 쿠팡이 위협적이다라고 말했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엄살 핀다고 막 뭐라 했었는데, 지금 일부 지역에선 배민을 추월했다고 하죠. 정말 쿠팡은 메기이자, 룰 브레이커입니다.
그렇다면 OTT 시장에서 쿠팡의 성적표는 어떠할까요? 그간의 명성대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쿠팡 플레이는 또다시 로켓 성장 중입니다. 그것도 나 홀로 말입니다.
솔직히 전년 대비도 아니고, 전월 대비해서 지속적으로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서비스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쿠팡 플레이는 작년 12월 앱 론칭 이후 지속적으로 MAU[월 순 방문자 수]가 계속 성장 중입니다. 물론 쿠팡에게도 늘 꽃길만 있던 건 아닙니다. 론칭 효과가 사라진 2월, 쿠팡은 1월 대비해서 MAU가 무려 12.6%나 역신장하였습니다. 아무리 무료라도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3월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2월 대비 20% 가까이 성장하며, 하락한 숫자를 회복시킨데 이어, 4월에는 무려 45% 가까이 이용자 수를 늘립니다. 5월에는 살짝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31.7%나 성장하고요.
그렇다면, 같은 시기 다른 플랫폼들은 어땠을까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시즌, U+모바일TV, 왓챠 등 유사하게 유료 구독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들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평균적으로 전월 대비 고작 1.5% 성장했습니다. 즉 지속적인 신규 가입자 수 확보에 실패했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결국 쿠팡 플레이가 다른 경쟁자들의 이용자 수를 뺏어오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쿠팡 플레이는 론칭한 지 반년 정도 된 신생 플랫폼이긴 합니다. 그래서 성장세가 높아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쿠팡 플레이가 대단한 이유는 절대적인 규모도 작지 않으면서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HD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첫 달에 40만 수준의 MAU를 확보하였고요. 지난달인 2021년 5월 기준으로는 150만 정도까지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제 규모 면으로도 쿠팡 플레이는 주요 OTT 앱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겁니다.
숫자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드리면, 현재 쿠팡 플레이의 MAU는 토종 OTT로 유명한 왓챠를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고요. KT의 시즌, 유플러스의 U+모바일TV 등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 모두 200만 내외이기 때문에,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하였습니다. 더욱이 2월을 제외하면, 평균 성장률이 30%에 가깝기 때문에 2,3달 정도 지나면 이제 3위 티빙을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쿠팡 플레이, 무서운 아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쿠팡 플레이의 질주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체되어 있던 쿠팡 플레이가 살아난 3월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죽어가던 쿠팡을 살린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손흥민 선수입니다. 지난 3월부터 쿠팡은 전격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의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발표하였는데요. 이렇게 축구팬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사실 쿠팡 플레이가 이러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화된 스포츠 시청 환경도 한몫하였습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들이 등장하면서 해외 경기더라도, 우리는 녹화 테이프가 아닌 생중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이러한 시청 환경은 한차례 더 진화합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중계권을 확보하여 경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지성, 손흥민, 류현진, 추신수 선수 등 해외 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연이어 성공하기 시작하자, 이를 챙겨 보는 팬들도 늘어납니다. 그러자 중계권의 가치를 눈독 들이는 기업들도 당연히 증가하게 되고요. 아이러니하게도 팬들의 시청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게 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SPO TV가 앞서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미국 메이저리그 등 주요 스포츠 리그의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유료 플랫폼인 SPO TV NOW에서만 시청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급진적인 유료화는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낳을 수 있어,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 경기는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요. 이번에 쿠팡 플레이가 중계권을 가져오게 되면서, 스포티비 나우에서도 유료 결제 고객만 볼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 즉 축구팬들은 손흥민 선수의 출전 경기를 보고 싶으면, 스포티비 나우에서 결제하거나, 로켓 와우에 가입하고 쿠팡 플레이를 설치해야 되는 거죠.
자 그럼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3월 이후 아래는 쿠팡 플레이의 평균 DAU[일 순 방문자 수]와 신규 설치자 수[AOS 기준]입니다.
토트넘 경기 없는 날 : DAU 13만 / 신규 설치 수 9천
토트넘 경기하는 날 : DAU 16만 / 설치 수 1.6만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HD)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문자 수는 약 23% 더 높고요. 신규 설치 수는 무려 80% 가까이 더 높습니다. 즉 실제로도 확실한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또한 스포츠 경기란 게 꼭 중계 때만 보는 게 아니거든요. 골 장면 등 하이라이트도 찾아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경기일 전후로도 숫자가 출렁이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바이럴도 이어지면서 전체 숫자까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3월 이후로 성장 전환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쿠팡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팬심보다 무섭다는 애국심을 건드리기 시작한 겁니다.
3. 팬심과 애국심의 정면대결이 시작됩니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중계로 재미를 본 쿠팡은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아예 국가대표 경기를 독점 중계하기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중단되었던, A매치 축구경기들이 시작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애국심이 폭발하는 축구 한일전 중계권을 가져오면서, 쿠팡 플레이는 정말 로켓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4월 25일 한일전 경기날 쿠팡 플레이는 오픈 이후 최고 기록인 DAU 30만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월드컵 예선 경기들의 중계권도 확보합니다.
토트넘 경기 없는 날 : DAU 13만 / 신규 설치 수 9천
토트넘 경기하는 날 : DAU 16만 / 신규 설치 수 1.6천
국가대표 경기하는 날 : DAU 28만 / 설치 수 2.4만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HD)
결과는 뭐 당연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국가대표 경기날은 평시 대비 아예 2배 이상의 이용자가 몰렸고요, 신규 설치 수는 2.5배 정도 되었습니다. 4월 MAU 45% 성장은 다 한일전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애국심 마케팅이 대성공을 거둔 겁니다. 이렇게 되자, 쿠팡은 이제 올림픽 중계권을 노리고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만약 올림픽 중계권마저 가져온다면, 단숨에 메이저 OTT로 올라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자, 배가 아파진 건 어디일까요? 바로 넷플릭스의 뒤를 쫓던 기존 국내 OTT 플랫폼들이었습니다. 특히 따로 분사하고, 스타 PD 출신의 이명한 대표까지 모셔오며 칼을 갈던 티빙의 속내가 타들어갔을 겁니다. PD 출신 대표답게, 티빙이 주력한 건 오리지널, 콘텐츠 그중에서도 예능이었습니다. 여고 추리반부터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까지, 기존에 tvn에서 인기를 얻었던 IP를 적극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었죠. 하지만 효과는 기대보다 미미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IP 중 하나인 신서유기 카드를 썼지만, 방영일 DAU는 비방일 보다 고작 4.7% 높았을 뿐입니다.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여고 추리반이 론칭한 1월 이후, 여러 예능들을 선보였지만, MAU 성장률 또한 횡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빙은 유로 2002 독점 중계권을 가져오면서, 승부수를 던졌는데요. 특히 유로의 경우 경기가 우리 시간으로 오후 10시, 새벽 1시, 새벽 4시에 편성이 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황금 시간대인 오후 10시 시간대 경기는, 오직 티빙에만 단독 편성하면서, 몰아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부 빅 매치 경기를 포함하여, 총 51경기 중 20개 경기를 티빙에서 독점 공개할 정도라 하네요. 정말 진심으로 유로 경기에 베팅을 한 것인데, 이에 맞서 쿠팡도 코파 아메리카 2021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축구팬들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OTT 경쟁에서 승리하는 최선의 길, 스포츠 중계권 확보가 답일까요?
4. 오리지널 콘텐츠, 보다 과감한 베팅이 필요합니다
물론 단기간 내에 쉽게 이용자를 확보하고, 혹은 묶어 두는 데 스포츠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아마존도 프랑스 리그1 중계권을 구매하는 등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도 세계적인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OTT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을 위해, 킹덤 시즌1 하나에만 200억을 투자하였습니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덕분에 넷플릭스는 국내 1위 OTT로 올라설 수 있었고요. 최근에 아마존이 MGM을 9조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것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여, OTT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왜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우선 저는 아직 오리지널에 과감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선 티빙 오리지널이 예능에 편중된 이유는 제작비가 덜 들기 때문입니다. 예능 제작비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OTT 자체의 수익이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말 대작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 TV 방영작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히는 TV 방영으로도 손익을 맞추기 어려워서, 넷플릭스나 아이치이 같은 해외 플랫폼에 판매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적은 판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요.
유로 2020이 과연 얼마나 티빙을 반등시킬 수 있을까요? 관심도만 보면, 신서유기는 유로 못지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서유기보다 토트넘 경기의 파급력이 뛰어났던 건, 손흥민 선수가 더 핫한 키워드였기 때문입니다. 쿠팡 플레이가 영리했던 겁니다. 하지만 슬의생이 등장한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파괴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 손흥민 선수의 화제도를 뛰어넘을 정도니 말입니다. 이제 막 방영을 시작했는 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티빙으로선 너무 아쉽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TV에서 방영이 될 뿐 아니라, 다시 보기조차 독점이 아닙니다. 이미 넷플릭스에 선판매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관 검색어는 티빙이 아닌 넷플릭스가 등장합니다. 있는 콘텐츠 조차 써먹지 못하는 티빙,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만약 웨이브가 '펜트 하우스'를 단독 편성하였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티빙에서만 방영되었으면 과연 반응이 어땠을까요? 저는 적어도 이런 과감한 시도가 있었다면, 토종 OTT의 대표주자 웨이브와 티빙의 입지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와의 모든 협업을 단절하고, 자체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 모든 것을 몰아준 디즈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네요.
기묘한님은 트렌드 수집가, 공부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지식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다양한 IT매체의 필진으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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