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보자. 지금 손에 쥔 스마트폰이 통화 용도로만 쓰던 때를.
여전히 전화기라는 주기능은 있으나, 활용도는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의 발표 이후, 14년 만에 세상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모바일 시장의 리딩 사업자는 애플과 삼성.
두 기업은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에도 여전히 리더 그룹으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상상해보자.
자동차로 운전 이상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세상을.
테슬라, 현대기아차 등 전기차를 통해 운전을 넘어선, 무언가를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이하 PBV) 전환기가 시작됐다.
PBV는 말 그대로 자동차의 목적성을 강조한 개념이다.
그동안 자동차는 이동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래서 잘 이동하기 위해 운전자가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편안해야만 좋은 자동차였다.
하지만 PBV는 이러한 탑승 개념을 전복한다.
PBV 이전엔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을, PBV 이후에는 차량에 올라탄 순간부터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방문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지난달 문을 연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찾은 사람은 100만 명이 넘는다.
방문한 이들은 주차에만 40분, 커피 주문 웨이팅 70분, 쇼핑 대기 30분을 넘게 허비해야 했다.
그러나 PBV가 실현된다면 다르다.
차에 탑승해 목적지를 입력한 순간, 카페에 미리 주문하고, 의류 매장에 방문 예약을 할 수 있다.
주차 역시 자율주행을 통해 자동으로 주차되었을 것이다.
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서비스와 결합해 목적이 되는 것이 PBV로 전환이다.
PBV는 곧 자율주행으로부터 시작된다.
탑승자가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혹은 운전자 없이도 이동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가장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테슬라는 PBV 실현을 위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차량 컨트롤타워인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자체를 스마트폰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
지난주 유출된 테슬라 V11의 UI를 보면, 주행 모드 제어 시스템인 스마트 시프트와 미디어 온 드라이브 모드 등이 추가됐다.
더불어 위젯 기능을 통해 주행 중 활용이 가능토록 구성했다.
조금씩 운전자 중심이 아닌 탑승자로 전환하고 있다.
PBV는 타고 이동하는 개념의 전복, 모빌리티 시장이 바뀐다
현대차는 역시 PBV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미 PBV 전담 TF를 운용 중이며, TF장은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사장인 알버트 비어만이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와 함께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한 축으로, PBV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현대차는 PBV를 지상 개념으로, 항공 모빌리티인 UAM(Urban Air Mobility)과 함께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도시 내 사무실에서부터 식당 등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기반으로 연결하는 셔틀 개념이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구상에 조금 더 구체화된 그림을 보여준다.
이름하여 'Plan S'.
기아차는 PBV 시장을 중장기 미래 전략으로 세우고 차량 공유, 상거래 등의 수요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걸음으로, 기아차는 올해 7월 중 전기차 EV6를 출시할 예정이다.
PBV의 강점은 단순히 이동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
수익 창출은 연결을 통한 시너지에서 발휘된다.
현대차의 PBV 구상을 모빌리티 자체를 공간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이미 카카오와 협력해 음성인식 기능을 차량에 탑재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와도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 데이터, 웹툰 등 콘텐츠 제공, 쇼핑 및 식당 서비스 예약, 네이버 페이 등을 차량에 결합할 계획이다.
테슬라 모델에서는 지금도 넷플릭스 시청이 가능하다.
기아차의 경우, 2022년 상반기 니로를 기반으로 한 택시 전용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감안한다면, 택시 기사 없는 택시를 위한 발판인 셈.
또 기아차는 냉장물류 스타트업 에스랩 아시아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PBV 실증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업 목적은 이커머스 시장 대응을 위해 라스트마일 물류를 최적화하는 것.
에스랩 아시아는 국내 및 동남아시아에서 신선제품을 판매, 유통하는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생산품까지도 단순 이동이 아닌, 목적 중심의 모빌리티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스마트폰은 약 10여 년 만에 생활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 사이 애플과 삼성은 성공했고, 기존 노키아나 모토로라는 시장에서 멀어졌다.
PBV 구축 역시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꿀 파괴력을 지녔다.
스마트폰의 역사처럼 지금의 모빌리티 시장 역시 완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