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 공짜입니다! 와 같은 문구는 안 되는 걸까?
어느 날 동료 분이 저에게 "왜 한국 SaaS 웹사이트 들은 다 똑같이 생겼어요? 무료로 시작하세요부터 해서 배치나 구성이 다 비슷해요"라는 질문을 주셨어요.
이 질문을 듣고 저는 빵 터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저 또한 그렇게 제품 사이트의 기계적인 배치와 구성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별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다가 '아 진짜네 맞네!' 하고 느낀 거죠. 그래서 무료로 시작하세요 무료로 시작하기, 14일 무료체험 시작 등등에 대한 내용이 설정된 뒷배경을 설명하는 여러 글들을 찾아보곤 했는데요. 저의 의견과 더불어 해외의 많은 글들에서 묘사하는 이 'SaaS 제품에서 무료로 시작하세요'라는 텍스트의 의미를 한 번 알아볼까 해요.
왜 모든 SaaS 홈페이지는 다 '무료로 시작하세요.'가 있을까?
'무료로 시작하세요.'는 30일/14일 무료 체험판, 데모 시작과 같은 중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보통 데모의 경우 세일즈팀 컨택을 통해 직접 시연하는 일정 또는 시연 동영상을 별도 폼 제출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긴 하지만요. 체험판은 말 그대로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거죠. 체험기간 동안요.
보통은 제약된 기능의 제품들을 체험판으로 제공하고 체험판 기간 중 실제로 유용한 기능들을 사용하고 싶다면 플랜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안내를 하죠. 사용자들이 '아, 무료 기간 중에서 이만큼 사용했으니까 이 정도의 유료 기능은 지불해도 괜찮겠다'라는 인식을 남기기 위해서요. 실제로 많은 제품들이 이렇게 체험판 제공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무료로 사용하세요라고 해서 모든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들도 많긴해요.) 이런 제품들은 주로 초기 런칭 제품들로 우선 유저 수를 모으기 위해 이런 전략을 취하곤 합니다.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기능들을 체험해 볼 수 있죠. 이렇게 체험한 기능들이 본인들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될 경우 알아서 지갑을 열게 하자!라는 고도의 전략이기도 해요.
저 또한 해외 다양한 솔루션들을 사용해보면서 일단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면 무조건 가입하고 봤던 것 같아요. 시작부터 'Contact Sales'가 붙어 있으면.. 음.. 그냥 무료로 제공하는 다른 거 쓰자 하고 옮겨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품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어뷰저들을 차단하기 위해 위 같은 전략을 쓰기도 하는데, 요즘 같이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가는 마당에 계속해서 폐쇄적인 전략을 취한다면 글쎄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위에서 '무료로 체험하세요'를 언급했을 때 사람들이 제품 사용 유저 수는 제품의 막강한 파워가 됩니다. 유저 수가 많은 제품은 신뢰성도 높고,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나도 한번 써봐야지. 유명하다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볼 수 있죠. 이 유저 수는 보통 활성 사용자 수로 광고 하지 않아요. 누적 사용자 수를 뽑아서 씁니다. (수치가 최대로 높아야 홍보 메시지로서 유의미할 테니까요.)
그렇다 보니 유저 수를 모으기 위해 무료 전략을 취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 전략으로 모은 유저 수는 추후 투자 유치 시에도 유의미한 족적으로 남길 수 있죠. (이 전략은 16-19년도의 스타트업들이 많이 취하고 지금은 유저 수의 의미보다는 '유료 전환 후 매출로 이어지는가'와 같은 수치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유저 숫자가 많아야 제품 사용성에 대한 피드백과 실제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모수가 클수록 대중적인 기능을 제품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아직까지 무료체험은 SaaS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판매정책입니다.
국내 SaaS 들의 마케팅이나 웹사이트 제품 UI/UX 등은 대부분 글로벌을 따라가죠. 그래서 그 구성과 버튼 배치가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그들과 같은 충분한 시간과 여유 자금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a/b테스트를 해서 결정한 사항이겠지, 그들이 사용성 테스트, 버튼 전환 테스트를 다 마치고 라이브 하고 있는 거겠지 라는 가정으로 그 구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다수 이니까요.
제품 웹 사이트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을 때, 유저 트래픽이 일정 부분 이상 발생 됐을 때, 우리 제품만의 핏에 맞는 a/b테스트를 다시 하게 되고 그를 통한 CTA 배치를 재점검하게 되죠. 그렇지만 이 과정은 3~5년 정도가 걸리는 긴 과정일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의 SaaS 제품 웹사이트는 자신만의 a/b 테스트를 거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죠. 그래서 대부분 비슷한 유형의 글로벌 제품 웹사이트를 모방한 사이트가 탄생하고 각자의 사이트가 비슷한 구성을 하게 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무료로 시작하세요'가 아닌
유저를 끌어들일만한 한국만의 CTA 버튼이 있을까?
이 글을 쓰다 보니까 저도 정형화된 해외 솔루션들의 패턴에 익숙해져 버려서 한국만의 CTA 버튼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어요. 토스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버튼명과 이름들을 가졌던 것처럼 SaaS 웹사이트 CTA 버튼을 지금 고민해볼까 하는데요. (혹 보시는 분들 좋은 의견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보통 '무료 시작, 무료 체험, 무료로 시작하기, 0원으로 시작하기' 등등의 문구가 있어요. 이 문구 외에 잠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같이 가져볼까요?
누구나 읽기 쉬운 글을 쓰자
SaaS 마케터 한나입니다
(CTA)
…
음 그렇게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문구는 안 나오네요.. 이 문구에 대한 부분은 추후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공모해 볼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 문구인 '무료로 시작하세요'와 같은 느낌으로 간결하고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구는 없네요.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 다들 저 문구를 사용하나 봐요.
한국 SaaS 도 글로벌 솔루션들 만큼
영향력을 가지는 날이 왔으면
대부분의 한국 SaaS 제품들은 글로벌 솔루션들의 카피 버전이라고들 하죠. 글로벌 솔루션들이 개척한 시장의 제품들을 현지화하기 바쁜 제품들이라고, 그래서 역 수출은 레드오션이라고요. 뭐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요.
예외도 있긴 하죠. 센드버드는 국내 기업이죠. 미국에서 시작하긴 했지만요. 엄연히 우리나라 기업이고 한국 SaaS라고 볼 수 있어요. 센드버드는 사실 SaaS 라기보다는 PaaS 형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 같은 국내 제품들이 점차 늘어난다면 어느샌가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SaaS가 유명하데! 이나라 솔루션들을 우리가 카피하자!! 그럼 중간은 갈 거야'라고 생각하는 그런 날들이 올 수 있겠죠?
소셜댓글